지난주에 레오가 카펫 위에 토를 했다. 집사는 하얗게 질려서 병원 갈 채비부터 하더라. 결론부터 말하면 그날 레오는 멀쩡했다. 급하게 먹다 게워낸 것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집사의 그 호들갑을 나는 나무라지 않는다. 구토는 대개 별일 아니지만 가끔 큰일인, 고양이 몸의 애매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토한 것과 게워낸 것은 다르다
먼저 구분해둘 게 있다. 사람 눈에는 똑같아 보이지만 몸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르다.
- 구토는 배에 힘을 주고 몇 번 꿀렁인 뒤 나온다. 시간이 좀 지난 뒤라 내용물이 소화되어 있고, 노란 담즙이 섞이기도 한다
- 토출은 힘을 주지 않고 슬쩍 흘러나오듯 나온다. 먹은 지 얼마 안 돼 사료 모양이 그대로 남아 있고, 길쭉한 원통 모양인 경우가 많다
레오가 그날 한 건 뒤쪽이었다. 급하게 먹은 사료가 식도까지만 갔다가 그대로 나온 것이다. 병원에 이야기할 때 이 차이를 전하면 원인을 좁히는 데 도움이 된다.
가끔이라면 흔한 일이다
헤어볼을 게워내거나 급히 먹어 토출하는 정도는 비교적 흔하다. 토한 뒤에도 평소처럼 잘 먹고 기운이 좋다면 대개 지켜봐도 된다.
다만 자주 토하는 게 정상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래 키운 집사일수록 우리 애는 원래 잘 토한다며 넘기는 경우가 있는데, 그 원래가 사실은 만성 위장 질환이거나 갑상선 문제인 경우가 있다. 나이가 들수록 더 그렇다.
기록해두면 진료가 빨라진다
- 언제 토했는지, 밥 먹고 얼마 만인지
- 무엇이 나왔는지. 사료 모양인지, 털뭉치인지, 액체인지
- 색깔. 투명, 흰 거품, 노랑, 갈색, 붉은색 중 어느 쪽인지
- 토하기 전 행동. 헛구역질을 오래 했는지, 갑자기 나왔는지
- 최근 바뀐 것. 사료, 간식, 새 화분, 새 장난감
사진으로 찍어두는 게 가장 확실하다. 치우기 전에 한 장 찍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이런 날은 미루지 말고 병원으로
- 하루에 여러 번 반복해서 토한다
- 피가 섞여 있다. 붉은 피거나 커피 찌꺼기 같은 검은 알갱이
- 토하면서 밥도 물도 넘기지 못한다
- 기운이 없고 숨거나, 체중이 줄었다
- 설사나 배가 부푼 증상이 함께 온다
- 실이나 끈, 비닐을 삼킨 정황이 있다
특히 자꾸 토하려고 캑캑거리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경우는 서둘러야 한다. 코넬대 고양이건강센터도 반복적인 헛구역질과 무기력, 하루 이틀 이상의 식음 거부를 즉시 진료가 필요한 신호로 든다.
실을 삼킨 경우는 하나 더 알아둘 게 있다. 입이나 항문 밖으로 실 끝이 보여도 절대 잡아당기지 않는다. 장이 손상될 수 있어 병원에서 처치할 일이다.
원인은 생각보다 여러 갈래
헤어볼, 갑작스러운 사료 변경, 이물질 섭취, 위장 질환, 기생충, 신장이나 췌장 문제까지 폭이 넓다. 나처럼 나이 든 고양이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이 구토로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원인이 이렇게 다양하니 검색으로 자가 진단할 일이 아니다. 특히 사람용 위장약을 먹이는 건 하지 말아야 한다. 고양이가 대사하지 못하는 성분이 많다.
우리 집이 한 조치
레오는 그 뒤로 밥그릇을 바꿨다. 천천히 먹게 하는 요철 그릇이다. 본인은 불만인 눈치지만 카펫은 평화를 되찾았다. 급하게 먹어 토출하는 경우라면 이런 방법들이 통한다.
- 한 끼 양을 줄이고 횟수를 늘린다
- 요철 그릇이나 퍼즐 급식기를 쓴다
- 여러 마리라면 밥자리를 떨어뜨린다. 뺏길까 봐 급히 먹는 경우가 많다
- 사료를 바꿀 때는 일주일에서 열흘에 걸쳐 천천히 섞는다
집사들이 자꾸 묻는 것
노란 물을 토하는 건 왜냐고 묻는다면, 빈속에 담즙이 올라온 경우가 많다고 답하겠다. 밤새 굶는 시간이 길어서 새벽에 그러는 고양이가 있다. 자기 전에 조금 나눠 주면 나아지기도 하지만, 반복된다면 다른 원인을 확인하는 게 낫다.
풀을 먹고 토하는 건 괜찮냐는 질문도 있다. 캣그라스를 먹고 게워내는 건 흔한 일이지만, 화분의 아무 풀이나 먹는 건 위험하다. 백합처럼 치명적인 식물이 집 안에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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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Cornell Feline Health Center, Vomiting
- Cornell Feline Health Center, The Danger of Hairballs
- International Cat Care, Feeding your cat or kitten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고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다. 구토가 반복되거나 다른 증상이 함께 보인다면 수의사에게 보이는 것이 먼저다.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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