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이지 말고 병원으로, 고양이 응급 상황 7가지

망구

지난봄, 막내 레오가 창틀에서 뛰어내리다 착지를 잘못해 다리를 절었다. 집사는 그 자리에서 이동장을 꺼냈고, 결과는 다행히 가벼운 타박이었다. 나는 그날 집사의 판단이 옳았다고 본다. 고양이는 아픔을 숨기는 데 선수라, 집사가 알아챘을 땐 이미 급한 경우가 많거든. 그래서 오늘은 내가 가장 진지하게 쓰는 글이다.

지켜보기가 아니라 즉시 병원행인 일곱 가지

1. 호흡 곤란

입을 벌리고 헐떡이거나, 배를 크게 들썩이며 힘겹게 숨 쉬거나, 목을 앞으로 빼고 팔꿈치를 벌린 자세로 숨 쉴 때. 잇몸이나 혀가 창백하거나 푸르스름하면 더 급하다.

개는 더울 때 헐떡이지만 고양이는 다르다. 격한 놀이 직후가 아닌데 입을 벌리고 숨 쉬는 건 그 자체로 응급 신호다. 이동장에 넣을 때도 최대한 조용히, 흥분시키지 않고 옮겨야 한다.

2. 소변을 못 봄

화장실에 자주 가는데 소변이 안 나오고 끙끙대며 괴로워할 때. 특히 수컷에게 흔한 요도 폐색은 몇 시간 안에 목숨이 위험해진다.

변비와 헷갈리기 쉬우니 모래를 확인한다. 소변 뭉치가 없는데 계속 힘을 준다면 이건 응급이다. 한밤중이라도 간다.

3. 반복되는 구토와 설사, 그리고 무기력

멈추지 않는 구토나 설사로 축 늘어질 때. 밥도 물도 넘기지 못하면 탈수가 빠르게 온다. 토사물에 피가 섞였거나 커피 찌꺼기 같은 것이 보이면 더 급하다.

실이나 끈을 삼킨 정황이 있다면 증상이 없어도 간다. 그리고 입이나 항문 밖으로 실 끝이 보여도 절대 잡아당기지 않는다.

4. 의식 변화와 발작

쓰러지거나 경련하거나, 불러도 반응이 흐릿할 때. 발작 중에는 붙잡지 말고 주변의 위험한 물건만 치운다. 시작한 시각을 기록하고 가능하면 영상을 찍어두면 진료에 도움이 된다.

뒷다리를 갑자기 못 쓰고 아파하면서 뒷발이 차갑다면 혈전일 수 있다. 이건 시간이 곧 예후다.

5. 심한 외상과 출혈, 낙상

높은 곳에서 떨어졌거나, 출혈이 멈추지 않거나, 다리를 못 디딜 때. 겉이 멀쩡해 보여도 낙상은 병원에 가는 게 맞다. 폐나 횡격막, 방광의 손상은 겉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른 동물에게 물린 상처도 마찬가지다. 구멍이 작아 금방 아무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쪽에서 곪는다.

6. 중독 의심

백합, 양파, 초콜릿, 사람 약, 부동액 같은 것을 먹었거나 먹은 것으로 의심될 때. 증상이 없어도 간다. 시간이 지나서 나타나는 것들이 있다.

억지로 토하게 만들지 않는다. 남은 것과 포장지를 챙겨 가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 백합은 꽃가루가 털에 묻은 걸 그루밍한 것만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7. 체온 이상과 심한 통증

몸이 축 처지고 귀와 발이 차가울 때, 만지면 비명을 지를 만큼 아파할 때. 저체온은 상태가 나쁘다는 신호라 급하다.

이럴 때 사람이 먹는 진통제를 주는 것만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고양이는 그 성분을 대사하지 못해 소량으로도 치명적이다.

숨어 있는 여덟 번째, 밥을 안 먹는 것

목록에는 안 넣었지만 실은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있다. 하루 이상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이다.

극적인 증상이 아니라서 다들 하루 이틀 더 지켜본다. 그런데 고양이가 굶으면 몸이 지방을 급히 끌어다 쓰면서 간에 지방이 쌓이는 지방간이 온다. 특히 살집이 있는 고양이일수록 위험하다. 하루 넘게 아예 먹지 않으면 그건 지켜볼 일이 아니다.

미리 해둘 준비

위급한 순간에 검색부터 시작하면 늦는다. 오늘 해둘 것들이 있다.

  • 가까운 24시간 동물병원 두 곳의 위치와 전화번호를 휴대폰에 저장한다. 한 곳은 수술이 가능한 곳으로
  • 밤에 가는 길과 주차 방법을 한 번 확인해둔다
  • 이동장을 평소 거실에 두고 잠자리로 쓰게 한다. 급할 때 이동장부터 싸우면 몇 분을 잃는다
  • 예방접종 기록과 복용 중인 약, 최근 체중을 한 장에 정리해둔다
  • 여러 마리라면 누가 무엇을 먹는지 구분할 수 있게 해둔다

옮길 때의 요령

  • 담요로 감싸 이동장에 넣는다. 위가 열리는 이동장이 훨씬 편하다
  • 이동장에 수건을 덮어 시야를 가린다
  • 차 안에서 안아 들지 않는다. 이동장 안이 더 안전하다
  • 출발 전에 병원에 전화해 상황을 알린다. 도착했을 때 준비가 되어 있다
  • 다친 부위를 확인하려고 이리저리 만지지 않는다. 통증이 심하면 물 수 있고, 그 손상이 더 커질 수 있다

애매할 때의 정답

판단이 서지 않으면 일단 병원에 전화부터 하는 것이다. 괜히 갔네가 더 빨리 갈걸보다 백 번 낫다.

우리는 아픈 걸 숨기도록 만들어진 동물이다. 야생에서 약한 티를 내면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그 본능이 집 안에서는 오히려 해가 된다. 그래서 집사의 판단이 우리 몫까지 대신해야 한다.

이 목록은 어디까지나 신호를 알아채기 위한 것일 뿐, 진단과 치료는 수의사의 몫이라는 걸 잊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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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고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다. 응급이 의심되면 이 글을 더 읽지 말고 병원에 전화하는 것이 먼저다.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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