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부엌에서 양파 볶는 냄새가 흘러나왔다. 고소하다고? 천만에. 나는 냄새가 나는 쪽에서 슬그머니 물러나 소파 뒤 내 자리로 갔다. 열세 해를 살면서 몸에 익힌 습관이다. 사람의 부엌에는 우리에게 독이 되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거든.
절대 입에 대면 안 되는 것들
- 양파, 마늘, 파, 부추, 샬롯: 적혈구를 손상시켜 빈혈을 일으킬 수 있다. 익히거나 가루로 만들어도 독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양파가 들어간 국물, 육수, 양념 고기가 오히려 더 흔한 사고 원인이다
- 초콜릿과 카카오: 테오브로민과 카페인이 문제다. 다크초콜릿일수록 위험하다
- 포도와 건포도: 개에서 잘 알려진 신장 손상 사례가 있고, 고양이에게도 권하지 않는다
- 카페인: 커피, 홍차, 에너지 음료. 원두 찌꺼기도 포함이다
- 알코올: 소량으로도 위험하다. 술이 든 음식과 빵 반죽도 마찬가지다
- 자일리톨: 무설탕 껌과 사탕에 들어 있다
설마 이것도 싶은 것들
우유가 대표적이다. 고양이에게 우유라니 정겨운 그림이다만, 우리 대부분은 젖을 뗀 뒤 유당을 소화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설사를 한다. 정 주고 싶다면 고양이용 우유를 조금만 주는 편이 낫다.
날생선을 오래 많이 먹이는 것도 좋지 않다. 일부 생선에는 비타민 B1을 분해하는 성분이 있어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익히지 않은 고기와 달걀은 식중독 위험이 따로 있다.
뼈도 조심할 것. 익힌 닭뼈는 쪼개지면서 날카로워져 입안이나 소화관을 다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반죽. 발효 중인 빵 반죽은 위 안에서 계속 부풀면서 알코올까지 만들어낸다. 부엌에 두고 자리를 뜨지 않는 게 좋다.
음식은 아니지만 부엌에 있는 것들
사람이 먹는 진통제와 감기약은 우리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사람용 해열진통제는 고양이가 대사하지 못해 소량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바닥에 떨어진 알약 하나도 위험하니 흘렸다면 그 자리에서 주워 치워라.
식물도 부엌과 거실에 자주 놓인다. 백합은 고양이에게 특히 위험해서, 꽃가루가 털에 묻은 걸 그루밍하다 탈이 나는 경우까지 있다. 화병의 물도 마찬가지다. 미국동물학대방지협회는 고양이에게 안전한 식물과 위험한 식물의 목록을 따로 공개하고 있으니, 화분을 들이기 전에 한 번 확인해두면 좋다.
이미 먹어버렸다면
지켜보자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중독은 시간이 승부를 가른다.
- 남은 음식이나 포장지를 챙긴다. 무엇을 얼마나 먹었는지가 가장 중요한 정보다
- 곧장 동물병원에 전화한다. 밤이라면 24시간 병원을 찾는다
- 억지로 토하게 만들지 않는다. 사람 방식의 응급처치가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
- 증상이 없어도 간다. 양파나 백합처럼 시간이 지나 증상이 나타나는 것들이 있다
우리 집이 하는 방식
집사가 정한 규칙은 단순하다. 조리 중에는 부엌 입구를 막고, 다 먹은 접시는 식탁에 두지 않고 바로 싱크대에 넣고, 음식물 쓰레기통은 뚜껑이 눌리는 것으로 쓴다. 레오는 아직 어려서 냄새만 나면 달려들기 때문에 특히 그렇다. 나야 이제 알아서 물러나 있지만, 젊은 고양이에게는 환경을 막아주는 편이 훈계보다 확실하다.
집사들이 자꾸 묻는 것
한 조각 정도는 괜찮지 않냐고 묻는 집사가 있다. 음식마다 다르다고 답하겠다. 양파처럼 양에 비례해 위험한 것도 있고, 개체차가 커서 같은 양에도 반응이 다른 것도 있다. 우리 몸무게가 사람의 십분의 일도 안 된다는 걸 떠올리면 계산이 쉬워진다.
지금까지 줬는데 멀쩡했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문제는 축적되거나, 어느 날 컨디션이 나쁠 때 한꺼번에 터진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괜찮았다는 게 앞으로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부엌이 조용해지면 나는 다시 소파 앞으로 나온다. 위험한 냄새를 아는 것, 그것도 오래 사는 비결 중 하나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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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ASPCA, People Foods to Avoid Feeding Your Pets
- ASPCA, Toxic and Non-Toxic Plant List for Cats
- Pet Poison Helpline, What to Do If Your Cat Eats Poison
- Cornell Feline Health Center, Cornell University, 고양이 중독 관련 자료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고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다. 중독이 의심되면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동물병원에 연락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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