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헤어볼 관리, 빗질이 절반이다

젊을 때는 헤어볼이 남 일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그루밍 시간이 길어지니, 가끔 캑캑거리며 길쭉한 털뭉치를 게워내는 날이 생기더라. 사람들은 그 소리에 놀라지만, 정작 우리는 나오고 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밥그릇으로 간다.

털뭉치는 어떻게 생기나

우리 혀는 뒤쪽으로 눕는 미세한 돌기로 덮여 있다. 빗 역할을 하는 구조라 그루밍을 하면 빠진 털이 이 돌기에 걸린다. 그런데 돌기가 뒤로 누워 있어서 뱉어낼 수가 없다. 삼키는 것 외엔 방법이 없는 셈이다.

삼킨 털의 대부분은 소화관을 그냥 지나 변으로 나간다. 그런데 일부가 위에 남아 다른 털과 엉키면서 뭉치를 이룬다. 이게 커지면 결국 게워내게 된다. 길쭉한 원통 모양인 건 식도를 통과하며 눌린 자국이다.

얼마나 자주면 정상인가

기준이 하나 있다. 코넬대 고양이건강센터는 1주에서 2주에 한 번 정도 헤어볼을 게워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며, 치우는 번거로움 말고는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안내한다.

거꾸로 말하면, 이보다 훨씬 잦다면 살펴볼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헤어볼이 늘었다는 건 대개 삼키는 털이 늘었다는 뜻이고, 삼키는 털이 늘었다는 건 그루밍이 늘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루밍이 늘어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루밍이 늘어나는 이유

  • 계절: 털갈이 시기에는 자연히 늘어난다
  • 가려움: 벼룩, 알레르기, 피부염
  • 통증: 아픈 부위 주변을 반복해 핥는 경우가 있다
  • 스트레스: 불안할 때 하는 그루밍은 특정 부위만 집중적으로 핥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 품종: 페르시안이나 메인쿤 같은 장모종은 구조적으로 위험이 높다

앞의 코넬 자료도 과도한 그루밍이 식품 알레르기 같은 다른 문제의 신호일 수 있다고 짚는다. 헤어볼이 잦아졌다면 털뭉치 자체보다 왜 더 핥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빗질이 절반이다

예방의 핵심은 결국 빗질이다. 우리가 삼키기 전에 사람이 먼저 거둬주는 것, 그게 전부다.

  • 장모종은 매일, 단모종은 주 2회에서 3회를 기준으로 삼는다
  • 털갈이 철에는 횟수를 늘린다
  • 한 번에 오래 하지 말고 짧게 자주 한다. 5분이면 충분하다
  • 싫어하는 부위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등과 목 뒤처럼 좋아하는 곳에서 시작해 배와 뒷다리로 넓혀간다
  • 빗질 뒤에는 물수건으로 한 번 훑어주면 남은 잔털까지 거둘 수 있다

나이 든 고양이는 특히 신경 써야 한다. 몸이 굳어 뒤쪽까지 손이 안 닿는 대신 앞쪽만 과하게 핥게 되고, 관절이 아프면 아예 그루밍을 못 해 등쪽 털이 떡지기도 한다. 나도 요즘은 집사가 등 아래쪽을 대신 빗어준다.

사료와 물도 거든다

헤어볼 관리용 사료는 대개 섬유질을 높여 털이 소화관을 잘 통과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헤어볼 제거제로 파는 몰트도 같은 목적이다. 물을 충분히 마시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만 사람이 쓰는 기름이나 바셀린 같은 것을 임의로 먹이는 건 하지 말아야 한다. 흡인 위험이 있고, 지방에 녹는 비타민의 흡수를 방해할 수도 있다. 제품을 쓸 거라면 고양이용으로 나온 것을, 용량대로 쓰는 게 맞다.

이럴 땐 헤어볼이 아니다

  • 기운이 없고 축 늘어진다
  • 하루 이틀 넘게 밥을 먹지 않는다
  • 헛구역질만 반복하고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 변을 못 보거나 배가 부풀었다

이런 신호는 털뭉치가 소화관을 막았을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드물지만 수술이 필요한 상황까지 갈 수 있어서, 지켜보자고 미룰 일이 아니다.

한 가지 더. 캑캑거리는 소리가 헤어볼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 앞의 코넬 자료는 잦은 캑캑거림이 헤어볼과 아무 관련이 없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한다. 고양이 천식의 기침은 몸을 낮추고 목을 뻗은 자세로 반복되는데, 이걸 헤어볼로 오해해 몇 달을 흘려보내는 집이 적지 않다.

집사들이 자꾸 묻는 것

털이 짧으면 안 생기냐고 묻는다면, 덜 생길 뿐 안 생기는 건 아니라고 답하겠다. 나도 단모지만 나이 들어서는 종종 게워낸다.

미용을 시키면 해결되냐는 질문도 있다. 삼키는 털은 줄어들지만, 미용 자체가 큰 스트레스가 되는 고양이가 많다. 빗질로 되는 일을 굳이 가위까지 가져갈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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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구

출처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고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다. 헤어볼이 잦아지거나 다른 증상이 함께 보인다면 수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먼저다.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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