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집 고양이가 화장실에 들어가 얼마나 오래 앉아 있는지 세어본 적 있나? 나온 결과물이 어떤 모양이었는지 들여다본 적은? 점잖지 못한 질문이라는 건 안다. 하지만 고양이와 사는 집에서, 특히 나이 든 고양이와 사는 집에서, 화장실이야말로 건강이 가장 먼저 티를 내는 자리다.
정상의 기준부터 잡는다
- 횟수: 대개 하루 한 번 정도다. 이틀에 한 번이어도 상태가 좋다면 그 고양이의 기준일 수 있다
- 굳기: 적당히 단단하면서 촉촉하다. 집었을 때 모양이 유지되고 모래에 자국이 남지 않는 정도
- 색: 짙은 갈색
- 시간: 들어가서 나오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
기억해둘 것은 절대적인 기준보다 우리 집 고양이의 평소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매일 모래를 치우다 보면 평소가 저절로 몸에 익는다. 그러다 어느 날 달라지면 바로 안다.
변비를 의심할 신호
- 변이 딱딱한 작은 알갱이처럼 나온다
- 이틀 넘게 소식이 없다
- 화장실에 오래 앉아 끙끙대며 애를 쓴다
- 변을 보려다 운다
-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데 나오는 게 없다
- 변 겉에 피가 묻어 나온다
- 화장실 밖에 조금씩 실수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아주 중요한 구분이 하나 있다. 화장실에서 힘을 주는데 아무것도 안 나오는 모습은 변비일 수도 있지만, 소변이 막힌 것일 수도 있다. 특히 수컷이라면 요도 폐색은 몇 시간 안에 목숨이 위험해지는 응급이다.
둘을 구분하는 방법은 모래를 확인하는 것이다. 소변 뭉치가 평소처럼 있는지 보면 된다. 소변 뭉치가 아예 없는데 화장실에서 계속 힘을 준다면, 변비로 넘겨짚지 말고 곧장 병원이다.
왜 생기는가
가장 흔한 범인은 수분 부족이다. 물을 적게 마시면 대장에서 수분이 더 흡수되어 변이 말라 딱딱해진다. 우리가 원래 물 마시는 일에 부지런한 동물이 아니라서 더 그렇다.
그 밖의 원인들도 있다.
- 운동 부족. 장이 움직이려면 몸도 움직여야 한다
- 삼킨 털이 뭉친 헤어볼
- 관절 통증. 배변 자세를 잡는 것 자체가 아프면 참게 된다
- 화장실이 불편해서 참는 경우. 참으면 변이 더 마른다
- 신장병처럼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는 병
- 골반이 좁아진 과거 골절, 장 안팎의 종괴 같은 구조적 원인
노묘에게는 관절과 신장 두 가지가 특히 자주 겹친다. 나도 요즘은 화장실 사정이 좋은 날과 나쁜 날의 차이를 몸이 먼저 안다. 좋은 날은 걸음도 가볍다.
집에서 해줄 수 있는 것
- 물그릇을 여러 곳에 두고 재질과 위치를 바꿔본다
- 습식 사료 비중을 늘린다. 가장 효과가 확실한 방법이다
- 건사료에 따뜻한 물을 부어 불려준다
- 하루 두 번, 짧게라도 놀아준다
- 화장실을 입구가 낮은 것으로 바꾸고 늘 깨끗하게 둔다. 다리가 예전 같지 않은 몸으로 턱 높은 화장실을 넘는 게 어떤 기분인지, 젊은 고양이들은 모른다
- 빗질로 삼키는 털을 줄인다
- 체중을 관리한다
사람용 변비약이나 관장약을 함부로 쓰는 것만은 안 된다. 고양이에게 위험한 성분이 있고, 폐색이 있는 상태에서 쓰면 더 나빠진다. 섬유질 보충이나 완하제도 병원에서 정할 일이다. 원인에 따라 섬유질을 늘리는 게 오히려 안 좋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 가야 할 때
- 이틀 넘게 변을 못 봤다
- 힘을 줘도 나오지 않으면서 기운이 없고 토한다
- 끙끙대며 눈에 띄게 괴로워한다
- 밥을 먹지 않는다
- 배가 부풀고 만지면 싫어한다
- 소변 뭉치가 보이지 않는다
변비쯤이야 하고 방치하면 거대결장이라는 상태까지 갈 수 있다. 장이 늘어나 스스로 밀어내는 힘을 잃는 상태인데, 여기까지 가면 치료가 훨씬 어려워진다. 미련하게 버틸 일이 아니다.
반대쪽도 살핀다
변이 무른 것도 신호다. 하루 이틀 무른 정도는 흔하지만, 며칠 이어지거나 피와 점액이 섞이면 확인이 필요하다. 특히 무른 변과 체중 감소가 함께 오면 미루지 않는 게 좋다.
집사들이 자꾸 묻는 것
며칠에 한 번 봐도 괜찮은 고양이가 있냐고 묻는다면, 있다고 답하겠다. 다만 그게 원래 그 고양이의 리듬인지, 최근에 바뀐 것인지가 갈림길이다. 원래 하루 한 번이던 아이가 이틀에 한 번이 됐다면 그건 변화다.
올리브유를 먹이면 되냐는 이야기도 자주 나온다. 임의로 기름을 먹이는 건 권하지 않는다. 흡인 위험이 있고, 원인을 가린 채 시간만 보내게 된다.
모래를 치우며 그 속의 결과물까지 살피는 일이 유쾌하지는 않을 거다. 그래도 그 잠깐의 관찰이 병을 일찍 잡는다. 고양이의 하루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모래 속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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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International Cat Care, Constipation in cats
- International Cat Care, Feline Lower Urinary Tract Disease
- VCA Animal Hospitals, Recognizing the Signs of Illness in Cats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고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다. 배변에 이상이 보이면 집에서 약을 쓰기 전에 수의사에게 보이는 것이 안전하다.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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