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밥그릇 앞에 레오가 앉아 있다. 그릇과 집사를 번갈아 보는 저 눈빛. 방금 한 끼를 다 먹고도 세끼 굶은 표정을 지어내는 재주 하나는 인정한다. 하지만 달라는 대로 주는 건 사랑이 아니다. 나는 열세 살이고, 그동안 그릇 앞에서 연기하는 후배를 여럿 봤다. 오늘은 집사가 흔들리지 않도록 숫자 이야기를 좀 해두겠다.
사료 봉지의 표는 출발점일 뿐이다
가장 쉬운 기준은 사료 봉지 뒷면의 체중별 권장 급여량 표다. 여기서 시작하는 건 나쁘지 않다. 다만 그 표는 ‘평균적인 고양이’를 상정한 값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같은 4킬로그램이라도 중성화한 실내묘와 하루 종일 뛰어다니는 어린 고양이는 필요한 열량이 꽤 다르다.
실제로 봉지 표대로 줬는데 살이 찌더라는 말을 집사들 사이에서 흔하게 듣는다. 이상한 일이 아니다. 표는 평균이고, 우리 집 고양이는 평균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루 필요 열량을 직접 계산해보기
수의 영양학에서 쓰는 계산법이 있다. 먼저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만 있을 때 필요한 최소 열량인 안정시 에너지 요구량(RER)을 구한다.
RER = 70 × (체중kg의 0.75제곱)
여기에 고양이의 상태에 따른 계수를 곱하면 하루 유지 열량(MER)이 나온다. 미국 Pet Nutrition Alliance가 정리한 고양이 기준 계수는 이렇다.
- 중성화한 성묘: RER × 1.2
- 중성화하지 않은 성묘: RER × 1.4
- 살이 잘 찌는 체질이거나 활동이 적은 경우: RER × 1.0
- 체중 감량이 필요한 경우: RER × 0.8에서 1.0
- 성장기 새끼 고양이: RER × 2에서 3
- 임신묘: RER × 2에서 3, 수유묘: RER × 2에서 6
계산이 번거로우니 중성화한 성묘 기준으로 미리 뽑아두겠다.
- 3kg: RER 약 160kcal, 하루 약 192kcal
- 4kg: RER 약 198kcal, 하루 약 238kcal
- 5kg: RER 약 234kcal, 하루 약 281kcal
- 6kg: RER 약 268kcal, 하루 약 322kcal
여기까지 나왔으면 사료 봉지에서 100그램당 또는 1킬로그램당 열량 표기를 찾는다. 건사료가 100그램에 400킬로칼로리라면, 하루 238킬로칼로리가 필요한 4킬로그램 고양이는 대략 60그램을 먹으면 된다는 계산이 선다.
다만 여기서 정직하게 덧붙일 말이 있다. 앞의 자료도 명시하고 있듯이 이 공식은 어디까지나 추정치이고, 개체에 따라 실제 필요량이 최대 50퍼센트까지 차이 날 수 있다. 계산값은 시작점이지 정답이 아니라는 뜻이다.
결국 숫자보다 몸을 본다
그래서 계산기보다 손이 중요하다. 수의학에서는 신체충실지수(BCS)라는 걸 쓴다. 9단계로 나눌 때는 5, 5단계로 나눌 때는 3이 이상적이다. 집에서는 세 가지만 확인하면 된다.
- 갈비뼈: 손등에 힘을 빼고 얹었을 때 만져지는 손가락 관절 정도의 느낌이면 적당하다. 눈에 보일 만큼 튀어나오면 마른 것이고, 눌러도 잘 안 잡히면 과체중이다.
- 위에서 본 허리: 갈비뼈 뒤쪽이 안으로 살짝 들어가 모래시계 모양이면 좋다.
- 옆에서 본 배: 갈비뼈에서 뒷다리 쪽으로 배 선이 위로 올라가야 한다. 축 처져 있으면 살이 붙은 것이다.
참고로 9단계 중 7에 해당하면 체지방이 30퍼센트 수준으로, 사람 기준으로 치면 확실한 과체중이다. 한 달에 한 번 같은 저울로 재고 기록해두면 집사의 눈보다 정확하다.
하루 양을 몇 번에 나눌 것인가
계산한 하루 양은 두세 번에 나눠 주는 편이 낫다. 한 번에 몰아 먹으면 급하게 먹고 게워내기 쉽고, 다음 끼니까지 시간이 너무 벌어진다. 그릇에 부어놓고 알아서 먹게 두는 자율 급식은 편하지만, 특히 중성화한 실내묘에게는 비만으로 가는 지름길이 되기 쉽다.
여러 마리를 키운다면 더 신경 써야 한다. 우리 집만 해도 내가 천천히 먹는 사이 레오가 슬쩍 다가와 남은 걸 노린다. 각자 몫을 지키려면 그릇을 떨어뜨려 놓거나 먹는 동안 잠깐 공간을 나눠주는 게 좋다.
이럴 땐 계산기를 덮고 병원으로
급여량은 건강할 때의 이야기다. 다음과 같은 경우는 양을 조절할 일이 아니라 진료를 받을 일이다.
- 준 양을 바꾸지 않았는데 한두 달 사이 체중이 눈에 띄게 줄거나 늘었다
- 물을 부쩍 많이 마시면서 살이 빠진다
- 늘 잘 먹던 고양이가 갑자기 밥을 거부한다. 특히 하루 넘게 아예 먹지 않으면 미루지 말아야 한다
- 먹는 양은 그대로인데 자꾸 게워낸다
집사들이 자꾸 헷갈리는 것
봉지에 적힌 대로 줬는데 왜 살이 찌느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앞에서 말했듯 그 표는 평균이고, 우리 집 고양이는 평균이 아니라서 그렇다. 계산으로 하루 열량을 다시 잡아보고, 그래도 체중이 계속 늘면 감량 계수를 적용할지 수의사와 상의하면 된다.
계산값과 봉지 표가 다를 때 어느 쪽을 따라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둘 다 아니라고 답하겠다. 둘 다 추정치일 뿐이다. 진짜 기준은 4주 뒤의 체중과 손끝에 만져지는 갈비뼈다. 어느 쪽으로 시작하든 재보고 조정하면 된다.
습식과 건식을 섞어 주는 집도 많은데, 이때는 무게가 아니라 열량으로 더해야 맞다. 습식은 수분이 대부분이라 같은 100그램이어도 건사료보다 열량이 훨씬 낮다. 무게로 계산하면 한참 모자라게 준 셈이 된다.
밥그릇 앞의 연기는 오늘도 계속되겠지만, 저울과 손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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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et Nutrition Alliance, Calculating Calories Based on Pet Needs
- VCA Animal Hospitals, Body Condition Score in Cats
- AAHA, Body Condition Scoring (Weight Management Guidelines)
- Cornell Feline Health Center, Cornell University, 고양이 급여와 체중 관리 자료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고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다. 체중 변화나 식욕 변화가 있다면 수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먼저다.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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