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식이 좋아, 건식이 좋아?”
집사가 사료 봉지를 들고 혼잣말하는 걸 벌써 몇 번째 듣는지 모르겠다. 밥그릇 앞에서 열세 해를 보낸 당사자로서 답해주마. 어느 한쪽이 무조건 정답인 싸움이 아니다. 다만 어느 쪽이 우리 집 고양이에게 맞는지는 따져볼 수 있다.
습식의 편을 들자면
가장 큰 장점은 수분이다. 우리 고양이는 갈증을 느끼는 감각이 사람만큼 예민하지 않다. 사막에서 살던 조상이 먹잇감의 몸에서 수분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그릇보다 밥그릇으로 수분을 채우는 편이 자연스럽다.
국제고양이돌봄협회는 습식이 소변을 묽게 만들어 비뇨기 문제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안내한다. 변비를 줄이는 데도 유리하다.
두 번째 장점은 열량 밀도가 낮다는 것이다. 같은 자료에서 습식은 1그램당 0.8에서 1.5킬로칼로리로 제시된다. 건사료보다 훨씬 낮다. 그러니 포만감은 주면서 열량은 덜 들어가는 셈이라, 체중 관리에 유리하다.
세 번째는 향이다. 습식은 데워주면 향이 확 올라온다. 입맛이 떨어진 노묘에게는 이게 꽤 중요하다. 나도 요즘은 캔 따는 소리에 귀가 먼저 반응한다.
약점도 분명하다. 개봉하면 금방 상해서 그릇에 오래 둘 수 없고, 값이 더 들고, 끼니 시간을 맞춰줘야 한다.
건식의 편을 들자면
보관이 편하고 경제적이다. 그릇에 몇 시간 두어도 잘 상하지 않으니 집을 비우는 집사에게는 이 점이 크다. 열량 밀도가 높아서 잘 안 먹고 마른 고양이에게 열량을 채워주기에도 낫다.
노즈워크 장난감이나 퍼즐 급식기에 넣어 쓸 수 있다는 것도 건사료만의 장점이다. 밥을 먹는 일이 사냥 비슷한 놀이가 되니, 실내에서 지루한 고양이에게는 이게 생각보다 큰 즐거움이다.
약점은 수분이다. 건식 위주로 먹인다면 물을 따로 챙겨줘야 한다. 치아에 좋다는 말도 흔히 듣는데, 제품에 따라 차이가 커서 모든 건사료가 그런 건 아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섞어 먹인다
앞의 자료도 대다수 집사가 두 가지를 함께 준다고 적고 있다. 우리 집도 그렇다. 아침엔 건식, 저녁엔 습식 한 캔을 레오와 나눠 먹는데, 레오 녀석이 늘 제 몫을 먼저 비우고 내 그릇을 넘본다.
섞을 때는 두 가지를 지키면 된다.
- 열량으로 합산한다. 무게로 더하면 습식 쪽을 과소평가하게 된다
- 습식은 개봉 후 오래 두지 않는다. 냉장 보관했다면 차가운 채로 주지 말고 실온 정도로 되돌려서 준다
한 그릇에 섞을지 따로 줄지는 취향 문제다. 다만 섞어두면 습식만 골라 먹고 건식을 남기는 고양이가 많다. 그러면 계산이 흐트러지니, 나눠 주는 편이 관리하기 쉽다.
이럴 땐 비중을 다시 잡는다
- 하부요로질환이나 방광염을 앓은 적이 있다면 습식 비중을 늘리라는 권고가 많다
- 신장 수치에 문제가 있다면 수분 섭취가 더 중요해진다
- 살이 계속 찐다면 열량 밀도가 낮은 습식 쪽을 늘려보는 선택지가 있다
- 반대로 너무 말랐다면 건식으로 열량을 채우는 편이 수월하다
다만 이건 전부 사람이 눈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라 병원에서 확인하고 정할 일이다.
집사들이 자꾸 묻는 것
습식만 먹여도 되느냐고 묻는다면, 된다고 답하겠다. 포장에 완전 균형식 표기가 있다면 습식만으로도 영양은 채워진다. 다만 값과 손이 더 들고, 그릇을 자주 씻어야 한다.
건식만 먹이면 신장이 나빠지느냐는 걱정도 자주 듣는다. 건식을 먹인다고 반드시 병이 생긴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수분 섭취가 적어지기 쉬운 건 사실이라, 물그릇을 여러 곳에 두는 등 따로 신경 쓰는 게 좋다.
무엇을 고르든 확인할 건 결국 두 가지다. 포장에 완전 균형식인지, 그리고 우리 고양이의 체중과 몸 상태가 유지되는지. 나머지는 취향과 형편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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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International Cat Care, Should I feed my cat wet or dry food?
- International Cat Care, Feeding your cat or kitten
- International Cat Care, Feline Lower Urinary Tract Disease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고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다. 질병이 있는 고양이의 식단은 수의사와 상의해 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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