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바닥에 사료 봉지 세 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집사는 그 앞에 쪼그려 앉아 봉지 뒷면을 노려보고, 레오는 봉지마다 코를 박고 냄새 검사를 하는 중이다. 저 녀석의 심사 기준은 오직 냄새겠다만, 열세 해를 사료로 살아온 내 기준은 뒷면의 작은 글씨에 있다. 오늘은 그 작은 글씨를 읽는 순서를 알려주겠다.
첫째, 원재료의 순서를 본다
원재료는 함량이 많은 순서대로 적힌다. 그러니 맨 앞에 무엇이 오느냐가 그 사료의 성격을 말해준다.
- 좋은 신호: ‘닭고기’, ‘연어’, ‘오리’ 처럼 동물의 종류가 명시된 단백질원이 앞쪽에 온다
- 애매한 신호: ‘육류 분말’, ‘동물성 부산물’ 처럼 출처가 뭉뚱그려진 표기가 앞쪽을 차지한다
- 다시 생각해볼 신호: 옥수수, 밀 같은 곡물이 1순위다
우리는 완전한 육식동물이다. 개처럼 잡식으로 버틸 수 있는 몸이 아니라, 단백질과 그 안에 든 특정 아미노산을 반드시 고기에서 얻어야 한다. 타우린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원재료 첫 줄은 그냥 넘길 자리가 아니다.
한 가지 함정도 알아두면 좋다. 같은 재료를 쪼개어 여러 번 적으면 각각의 순위가 뒤로 밀린다. 예를 들어 옥수수를 옥수수 가루와 옥수수 글루텐으로 나눠 적으면, 합치면 1순위여도 표에서는 둘 다 3, 4순위처럼 보인다. 앞쪽 서너 줄을 한 덩어리로 놓고 읽는 습관이 필요하다.
둘째, 완전 균형식인지 확인한다
‘완전 균형식(complete and balanced)’ 표기와 AAFCO 영양 기준 충족 문구를 찾는다. 이게 있어야 그 사료만 먹어도 필요한 영양이 채워진다는 뜻이다.
간식이나 보조식에는 이 문구가 없다. 아무리 좋아 보여도 주식으로 삼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우리 집 규칙으로 치면, 레오가 환장하는 그 스틱형 간식은 밥이 아니라 상이다.
셋째, 보장분석치를 훑는다
봉지 어딘가에 조단백, 조지방, 조섬유, 수분의 최소 또는 최대 함량이 적혀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건사료와 습식의 숫자를 그대로 비교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습식은 수분이 대부분이라 같은 무게에 든 영양소가 적어 보인다. 국제고양이돌봄협회 자료를 보면 습식은 1그램당 0.8에서 1.5킬로칼로리 수준이다. 건사료는 그보다 훨씬 높다. 그러니 두 사료를 견줄 때는 무게가 아니라 열량을 기준 삼아야 한다.
넷째, 나이와 상태에 맞는가
새끼냐, 성묘냐, 나 같은 노묘냐에 따라 필요한 영양이 다르다. 포장의 ‘성장기용’, ‘전 연령용’, ‘시니어’ 표기를 확인하면 된다.
우리 집만 해도 시니어용을 먹는 나와 어덜트로 넘어간 레오의 밥이 다르다. 레오 눈엔 늘 내 그릇이 더 맛있어 보이는 모양이다만, 밥이란 남의 것이 아니라 제 나이에 맞는 게 맛있는 법이다.
질병이 있는 고양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신장병, 하부요로질환, 알레르기 같은 문제가 있으면 처방식이 답이다. 이건 인터넷 후기가 아니라 병원에 물어야 정확하다.
집사들이 자꾸 헷갈리는 것
값이 비싸면 좋은 사료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답하겠다. 가격에는 포장과 광고비도 들어 있다. 앞의 네 가지를 통과했다면 그다음은 우리 고양이가 잘 먹고 몸 상태가 좋은지가 기준이다.
그레인프리가 무조건 낫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곡물 알레르기가 실제로 있는 고양이라면 의미가 있지만, 모든 고양이에게 필요한 조건은 아니다. 곡물을 뺀 자리에 무엇이 들어갔는지를 보는 편이 낫다.
사료를 바꿀 때는 한 번에 갈아치우지 않는다. 일주일에서 열흘에 걸쳐 기존 사료에 새 사료를 조금씩 섞어가며 비율을 늘려야 배탈이 덜 난다. 아무리 좋은 사료여도 갑자기 들이밀면 우리는 그릇 앞에서 돌아선다.
이럴 땐 사료 탓이 아니다
- 사료를 바꾸지 않았는데 갑자기 먹지 않는다
- 잘 먹는데도 체중이 줄어든다
- 먹고 나서 반복적으로 게워낸다
- 사료를 바꾼 지 2주가 넘었는데 설사가 이어진다
이런 경우는 사료를 또 바꾸며 시간을 보낼 일이 아니라 진료를 받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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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International Cat Care, Feeding your cat or kitten
- International Cat Care, Should I feed my cat wet or dry food?
- Cornell Feline Health Center, Cornell University, 고양이 급여 관련 자료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고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다. 질병이 있거나 체중 변화가 보인다면 수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먼저다.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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