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하루 종일 자는 이유

망구

젊을 적 기억이 난다. 이 집에 갓 왔을 무렵의 나는 온종일 뛰고 기어오르고, 커튼을 타다 집사에게 혼이 나곤 했다. 그런 내가 이제는 하루의 대부분을 자며 보낸다. 집사는 가끔 “넌 참 잠이 많구나” 하지만, 이건 게을러서가 아니다.

하루 12시간에서 16시간은 기본

성묘는 하루 평균 열두 시간에서 열여섯 시간을 잔다. 새끼 고양이와 나 같은 노묘는 그보다 더 잔다. 사람으로 치면 삶의 절반 넘게 잠으로 보내는 셈이니, 부러워할 만도 하다.

다만 이 시간은 사람의 잠과 성격이 다르다. 사람은 밤에 한 번에 몰아서 자지만, 우리는 하루 종일 짧게 여러 번 나눠 잔다. 그래서 사람 눈에는 늘 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냥꾼의 에너지 관리법

까닭은 사냥 동물의 전략에 있다. 야생에서 우리는 짧고 폭발적인 순간에 큰 힘을 쏟았다. 그런데 사냥의 성공률은 높지 않다. 여러 번 시도해야 한 번 잡는다. 그러니 시도와 시도 사이에는 기운을 최대한 아껴야 했다.

쥐 한 마리는 열량으로 치면 얼마 되지 않는다. 그 작은 몫으로 하루를 버티려면, 쓰지 않는 시간에는 철저히 쉬는 수밖에 없다. 사냥할 일이 없는 집고양이에게도 이 설계가 고스란히 남았다. 내 긴 낮잠은 게으름이 아니라 오래된 계산인 셈이다.

대부분은 얕은 잠이다

그 긴 잠의 대부분은 선잠이다. 나는 자면서도 귀는 소리 나는 쪽으로 돌아가고, 위험하다 싶으면 곧장 깬다. 자는 자세를 보면 알 수 있다.

  • 몸을 동그랗게 말고 꼬리로 코를 덮었다: 체온을 지키면서 얕게 자는 자세다
  • 앞발을 몸 아래로 접어 넣고 엎드렸다: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자세다
  • 배를 드러내고 사지를 뻗었다: 깊이 자고 있고 그만큼 안심하고 있다는 뜻이다
  • 얼굴을 앞발이나 벽에 파묻었다: 빛을 가리는 것이기도 하고,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깊은 잠에 든 동안 수염이 떨리거나 발끝이 씰룩이고 소리를 내기도 한다. 꿈을 꾸는 중이다. 이때 깨우지 않는 게 예의다.

잠자리를 고르는 기준

우리가 잘 자리를 정하는 데는 나름의 조건이 있다.

  • 등 뒤가 막혀 있을 것
  • 주변이 한눈에 들어올 것
  • 따뜻할 것. 우리가 편하게 느끼는 온도는 사람보다 조금 높다
  • 사람이 자주 지나다니지 않을 것

국제고양이돌봄협회는 고양이에게 안전하다고 느끼는 휴식 공간이 여러 개 필요하다고 안내한다. 성격이 다른 잠자리를 서너 곳 만들어두면, 우리는 그날의 컨디션과 계절에 맞춰 알아서 고른다. 높은 곳 하나, 어두운 굴 같은 곳 하나, 볕 드는 자리 하나면 충분하다.

이럴 땐 잠을 살펴봐야 한다

수면은 컨디션을 비추는 거울이라, 변화가 먼저 나타나는 곳이기도 하다.

  • 자는 시간이 눈에 띄게 늘고 불러도 잘 반응하지 않는다
  • 반대로 잠들지 못하고 밤새 서성이거나 운다. 노묘라면 인지장애나 갑상선 문제일 수 있다
  • 늘 자던 높은 자리를 버리고 바닥에서만 잔다. 관절 통증으로 점프를 피하는 경우가 있다
  • 편한 자세를 못 찾고 계속 뒤척인다
  • 갑자기 사람을 피해 숨어서만 자려 한다
  • 자는 동안 숨소리가 거칠거나 배가 크게 오르내린다

마지막 항목은 특히 중요하다. 편히 자고 있을 때의 호흡수를 평소에 세어두면 나중에 비교 기준이 된다. 가슴이 오르내리는 것을 한 번으로 세면 된다.

우리 집의 잠자리 사정

집사는 계절마다 내 자리를 옮겨준다. 여름엔 마루의 서늘한 자리, 겨울엔 창가 볕이 드는 방석. 나이가 드니 예전처럼 캣타워 꼭대기까지 올라가지 않게 되었는데, 그걸 알아채고는 낮은 곳에 담요를 깔아줬다.

레오는 아직 어려서 하루에도 몇 번씩 자리를 바꾼다. 그러다 새벽쯤엔 결국 내 옆으로 온다. 그 나이 땐 다들 그렇다.

집사들이 자꾸 묻는 것

너무 많이 자는 것 같아 걱정이라는 사람이 있다. 시간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깨어 있을 때 잘 먹고 잘 놀고 반응이 평소 같다면 대개 괜찮다. 기준은 총 시간이 아니라 평소와의 차이다.

낮에 자는 걸 깨워서 밤에 재우면 되지 않냐는 질문도 있다. 억지로 깨우면 스트레스만 준다. 대신 저녁에 제대로 놀아주는 편이 훨씬 효과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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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고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다. 수면 습관이 갑자기 달라졌다면 수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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