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온 집을 내달리는 우다다의 비밀

새벽 네 시. 쿵, 다다다다, 쿵. 막내 레오가 또 시작이다. 복도 끝에서 거실까지, 커튼을 타고, 소파를 밟고. 집사는 이불 속에서 신음하고, 나는 한쪽 눈만 슬쩍 뜨고 도로 감는다. 젊을 적엔 나도 저랬으니 뭐라 할 처지가 아니다.

우다다는 왜 일어나나

사람들이 우다다, 영어로는 zoomies라 부르는 저 질주에는 몇 가지 까닭이 겹쳐 있다.

첫째는 사냥 본능이다. 우리는 원래 짧고 강하게 힘을 쏟는 동물이다. 야생의 고양이는 하루에 여러 번 사냥을 시도하고, 그 사이사이 길게 쉰다. 집 안에는 사냥할 것이 없으니 쓸 곳 없는 기운이 쌓이고, 그게 한꺼번에 터진다.

둘째는 활동 시간대다. 우리는 밤에 활동하는 동물이라기보다 해 뜰 무렵과 해 질 무렵에 가장 활발한 동물이다. 새벽 네다섯 시가 우다다의 황금 시간대인 데는 이유가 있다.

셋째는 낮에 너무 많이 잔 결과다. 사람이 나가 있는 동안 온종일 자두었으니, 밤에 눈이 말똥말똥한 건 당연하다.

화장실 다녀와서 뛰는 건 또 다르다

볼일을 마치고 튀어 나가는 건 따로 설명이 필요하다. 야생에서 배변하는 순간은 냄새로 위치가 드러나는 위험한 때였다. 그래서 마치자마자 그 자리를 벗어나는 습성이 남았다.

다만 여기에는 확인할 점이 하나 있다. 볼일을 보면서 울거나, 나온 뒤 곧장 다시 들어가거나, 화장실 근처에서만 유독 불안해 보인다면 그건 본능이 아니라 통증일 수 있다. 배변이나 배뇨가 아팠던 기억이 화장실 자체를 무서운 곳으로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걱정할 우다다와 반가운 우다다

대개는 건강하다는 증거다. 다음이면 그냥 두면 된다.

  • 표정이 편안하고 놀이하듯 뛴다
  • 중간에 멈춰 장난감을 물거나 몸을 뒤집는다
  • 뛰고 나면 물 마시고 자리를 잡고 눕는다

반면 이런 경우는 다르다.

  • 몸의 한 부위를 자꾸 물거나 핥으면서 뛴다
  • 등 피부가 물결치듯 씰룩이고 갑자기 놀란 듯 달아난다
  • 갑자기 멈춰 허공을 보거나 방향을 잃은 듯 보인다
  • 노묘가 밤마다 울면서 돌아다닌다
  • 뛰다가 절뚝이거나 한쪽 다리를 든다

특히 마지막 두 가지는 흘려보내지 않는 게 좋다. 노묘의 야간 배회는 인지장애나 갑상선기능항진증 같은 문제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새벽을 조용하게 만드는 법

집사에게 일러둘 요령은 이렇다.

  • 자기 전에 제대로 놀아준다. 낚싯대로 10분에서 15분, 진짜 사냥처럼 쫓고 덮치게 한다
  • 놀이를 잡는 것으로 끝낸다. 잡지 못하고 끝나면 사냥이 완결되지 않아 기운이 남는다
  • 놀이 직후에 밥이나 간식을 준다. 사냥, 식사, 그루밍, 수면으로 이어지는 순서가 우리 몸에 익은 흐름이다
  • 낮에 심심하지 않게 한다. 창가 자리, 퍼즐 급식기, 숨을 곳
  • 새벽에 뛴다고 일어나서 반응하지 않는다. 혼내는 것도 반응이라, 뛰면 사람이 일어난다는 걸 배우면 더 뛴다
  • 위험한 것을 치운다. 깨질 물건, 열린 창문, 미끄러운 러그

우리 집도 저녁에 레오와 한바탕 놀아준 날은 새벽이 조용하다. 놀아주지 않은 날은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이건 십수 년째 변한 적이 없다.

나이 들면 잦아든다

나는 이제 잘 뛰지 않는다. 세월이 그렇게 만든다.

다만 여기에도 눈여겨볼 게 있다. 나이가 들어 활동이 주는 것과, 아파서 안 움직이는 것은 다르다. 예전에 오르던 캣타워를 갑자기 안 오르거나, 점프를 망설이거나, 착지가 어설퍼졌다면 관절 문제일 수 있다. 고양이는 절뚝이는 대신 그냥 안 하는 쪽을 택하기 때문에 사람 눈에는 얌전해진 것처럼 보인다.

집사들이 자꾸 묻는 것

한 마리만 유난히 뛴다는 집이 있다. 나이와 성격 차이가 크다. 어린 고양이일수록, 활동성이 높은 품종일수록 잦다.

우다다를 못 하게 하는 방법을 묻는다면, 막지 말라고 답하겠다. 막을 게 아니라 옮길 일이다. 뛸 기운을 낮에 쓰게 해주면 밤이 조용해진다.

뛰다가 다치지 않겠냐는 걱정도 있다. 미끄러운 바닥에서 급회전하다 다치는 경우가 실제로 있으니, 자주 다니는 동선에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아두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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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구

출처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고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다. 평소와 다른 움직임이나 야간 배회가 이어진다면 수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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