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사는 집의 안전 점검 목록

“안 돼, 뱉어!” 집사가 그렇게 소리치며 달려온 적이 있다. 내 입에 머리끈이 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씹는 맛이 좋아 잠깐 물었을 뿐인데 어찌나 다급하게 뛰어오던지, 그때는 유난이다 싶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집사가 옳았다.

삼키면 큰일 나는 것들

실 종류가 가장 위험하다. 실, 낚싯대 장난감의 줄, 고무줄, 머리끈, 리본, 치실, 이어폰 줄.

이게 위험한 이유는 따로 있다. 우리 혀의 돌기가 뒤로 누워 있어서 한 번 입에 들어온 실은 뱉을 수가 없다. 삼키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그리고 긴 실이 장을 통과하면서 장을 주름잡듯 끌어당겨 찢는 일이 생긴다. 응급 수술까지 가는 흔한 원인이다.

한 가지는 반드시 외워두시길. 입이나 항문 밖으로 실 끝이 보여도 절대 잡아당기지 않는다. 안쪽에 걸려 있으면 그대로 장이 손상된다. 병원에서 처치할 일이다.

그 밖에 삼킴 사고가 잦은 것들이다.

  • 작은 장난감 부품, 방울, 인형 눈
  • 비닐. 씹는 감촉과 소리 때문에 좋아하는 고양이가 많다
  • 알루미늄 포일, 랩
  • 클립, 스테이플러 심, 압정
  • 조화의 잎사귀

바닥과 소파 틈을 훑어보면 생각보다 많은 게 굴러다닌다.

부엌과 식탁

  • 양파, 마늘, 파, 부추. 익혀도 독성이 남는다. 양념과 육수도 포함이다
  • 초콜릿과 카카오
  • 포도와 건포도
  • 카페인. 원두 찌꺼기도
  • 알코올과 발효 중인 빵 반죽
  • 자일리톨
  • 익힌 뼈. 쪼개지면 날카로워진다

조리 중에는 주방 입구를 막고, 다 먹은 접시는 식탁에 두지 않고 바로 싱크대에 넣는다. 음식물 쓰레기통은 뚜껑이 눌리는 것으로.

화분과 꽃

백합류는 특히 위험하다. 꽃가루가 털에 묻은 것을 그루밍하다가 탈이 나는 경우까지 있고, 화병의 물도 위험하다. 꽃다발을 받았다면 백합이 섞여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미국동물학대방지협회가 고양이에게 안전한 식물과 위험한 식물의 목록을 공개하고 있으니, 화분을 들이기 전에 한 번 확인해두면 좋다.

약과 화학물질

사람이 먹는 진통제와 감기약은 우리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사람용 해열진통제는 고양이가 대사하지 못해 소량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세제, 표백제, 부동액, 방충제도 닫히는 곳에 보관한다. 우리는 온몸을 핥아 단장하는 동물이라, 바닥에 흘린 것을 밟기만 해도 발을 그루밍하다가 그대로 삼키게 된다.

향이 강한 것도 주의한다. 에센셜 오일과 디퓨저는 고양이에게 위험한 성분이 있는 경우가 있어, 쓰기 전에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끼이는 곳, 갇히는 곳

  • 세탁기와 건조기. 어둡고 아늑해서 낮잠 자리로 착각하기 딱 좋다. 문은 닫아두고, 돌리기 전에 반드시 안을 확인한다
  • 식기세척기, 오븐, 냉장고
  • 옷장과 서랍. 문을 닫기 전에 한 번 본다
  • 리클라이너 소파. 접히는 틈에 들어가 있다가 다치는 사고가 있다
  • 창문형 에어컨과 환풍구
  • 접이식 침대

나도 갓 마른 빨래 더미의 온기라면 사족을 못 쓰는 처지라 그 유혹을 잘 안다. 하지만 온기는 바구니 위에서 즐기면 될 일이고, 기계 속은 절대 안 될 일이다.

망구

떨어지고 나가는 곳

  • 창문과 베란다. 방충망은 우리 무게를 못 버틴다. 방묘창이 필요하다
  • 현관. 문이 열리는 몇 초가 탈출 사고의 대부분이다
  • 높은 선반 위의 무거운 물건. 우리가 올라가다 떨어뜨린다

전기와 불

  • 전선. 씹는 습관이 있으면 배선 커버를 씌운다
  • 인덕션. 잔열이 남은 상판에 올라가 발바닥을 데는 사고가 있다
  • 초와 디퓨저 촛불. 꼬리에 불이 붙는 일이 실제로 있다
  • 난방기구. 겨울에 너무 가까이 붙어 자다 저온화상을 입는다

무릎을 낮추고 한 바퀴

오늘 시간을 내서 집을 한 바퀴 돌아보시길. 서서 내려다보지 말고 무릎을 낮춰 우리 눈높이에서 보면, 사람 눈에는 안 보이던 위험이 드러난다.

새끼 고양이를 들일 예정이라면 특히 그렇다. 어릴수록 모든 걸 입에 넣어보고, 어디든 비집고 들어간다.

사고가 났다면

  • 무엇을 얼마나 삼켰는지가 가장 중요한 정보다. 남은 것과 포장지를 챙긴다
  • 억지로 토하게 만들지 않는다
  • 증상이 없어도 간다. 시간이 지나 나타나는 것들이 있다
  • 24시간 병원 번호를 미리 저장해둔다

점검은 집사의 몫이지만 치료는 수의사의 몫이다. 그 한 바퀴가 병원비를 아끼는 정도가 아니라 목숨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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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고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다. 무언가 삼켰거나 위험한 것을 핥은 것이 의심되면 곧장 동물병원으로 가는 것이 맞다.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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