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의 창가는 뜨겁다. 매미가 아침부터 목청을 다투고, 나는 커튼 그늘에 반쯤 몸을 숨긴 채 바깥을 내다본다. 아래층 마당의 누렁이가 산책을 나서며 컹컹 짖는 소리가 올라온다. 레오는 그 소리에 귀를 접시만 하게 세우고 창틀로 뛰어오르지만, 나는 심드렁하게 꼬리만 한 번 흔들어준다. 살면서 강아지 이웃 몇은 겪어봤거든.
그러니 고양이와 강아지를 한집에서 키울 수 있느냐 묻는다면, 답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조건이 하나 붙는다. 조급해하지 않을 것.
둘은 언어가 다르다
같은 몸짓이 정반대의 뜻인 경우가 있다. 이걸 모르면 사람이 아무리 중재해도 오해가 풀리지 않는다.
- 꼬리 흔들기: 개에게는 반가움이다. 고양이에게는 짜증이나 갈등의 신호다
- 앞발을 낮추고 엉덩이를 드는 자세: 개에게는 놀자는 인사다. 고양이에게는 덤빌 준비로 보인다
- 정면으로 다가가 얼굴을 들이미는 것: 개에게는 인사다. 고양이에게는 위협이다
- 돌아서서 달아나는 것: 고양이에게는 그만하자는 뜻이다. 개에게는 쫓으라는 신호가 된다
마지막 항목이 가장 위험하다. 고양이가 물러나려고 달아나면 개의 추격 본능이 켜진다. 그래서 처음 만남에서 고양이가 도망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
시작 전에 집부터 손본다
만남보다 환경이 먼저다. 이걸 해두면 소개 과정이 훨씬 수월해진다.
- 개가 닿지 못하는 높은 자리를 여러 곳 만든다. 캣타워, 선반, 장롱 위
- 고양이가 지나다닐 수 있는 높은 길을 만들어준다. 바닥으로 다니지 않아도 되면 마주칠 일이 준다
- 밥그릇을 개가 못 닿는 높이에 둔다
- 화장실을 개가 못 들어가는 곳에 둔다. 개가 고양이 변을 먹는 일이 드물지 않다
- 개가 들어갈 수 없는 방을 하나 정해둔다
- 고양이만 통과할 수 있는 문이나 아기용 안전문을 활용한다
도망갈 길이 보이면 우리는 훨씬 담대해진다. 반대로 막다른 곳에 몰리면 아무리 순한 고양이도 발톱을 쓴다.
소개하는 순서
- 냄새부터. 서로의 담요나 수건을 바꿔 놓아 존재를 먼저 익히게 한다
- 공간을 나눠 쓴다. 문을 사이에 두고 며칠 지낸다
- 문틈이나 안전문 너머로 보게 한다. 짧게, 여러 번
- 개는 반드시 줄을 매고 만난다. 사람이 줄을 잡은 상태에서 멀찍이 떨어져 시작한다
- 고양이가 스스로 다가올 때까지 기다린다. 안아서 들이밀지 않는다
- 시간을 조금씩 늘린다
개 쪽에는 앉아와 기다려를 미리 가르쳐두면 큰 도움이 된다. 고양이가 보일 때 흥분을 가라앉히는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억지로 붙여놓거나 혼을 내며 가르치려 드는 건 하지 말아야 한다. 혼내면 개는 고양이가 나타날 때 나쁜 일이 생긴다고 배운다.
둘만 남겨두는 시점
처음 얼마간은 둘만 두지 않는다. 사람이 없을 때는 공간을 나눈다. 판단 기준은 이렇다.
- 개가 고양이를 봐도 흥분하지 않고 시선을 거둘 수 있다
- 고양이가 개 앞에서 편하게 눕거나 그루밍을 한다
- 고양이가 달아날 때 개가 따라가지 않는다
- 서로 무시하고 각자 지낸다
마지막 항목이 사실 가장 좋은 상태다. 붙어 자는 사이가 되면 좋지만, 서로 신경 쓰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이다.
크기와 견종을 정직하게 따진다
모든 조합이 같지 않다. 사냥이나 추격 성향이 강하게 남은 견종, 작은 동물에게 반응이 큰 개라면 훨씬 더 긴 준비와 영구적인 공간 분리가 필요할 수 있다.
몸집 차이도 현실적인 문제다. 놀자고 한 번 덮치는 것만으로 고양이가 다칠 수 있다. 사이가 좋아 보여도 체급 차이가 크면 사람이 없을 때는 나누는 편이 안전하다.
이럴 땐 도움을 받는다
- 개가 고양이를 계속 쫓거나 몰아붙인다
- 고양이가 숨어서 나오지 않고 밥을 거른다
- 화장실 밖에 실수가 시작된다
- 서로 다쳐서 상처가 생겼다
고양이에게 물린 상처와 개에게 물린 상처 모두 겉보기보다 깊다. 다쳤다면 병원에 가는 게 맞다. 관계 문제가 오래 이어지면 행동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편이 빠르다.
마지막으로
우리 집 막내 레오도 처음엔 서로 어색했다. 그렇게 한 식구가 됐다. 천천히 쌓은 신뢰가 오래 간다.
고양이와 강아지가 한 마루에서 배를 내놓고 자는 그림, 가는 길이 조금 멀 뿐이지 못 갈 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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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International Cat Care, Introducing Cats
- International Cat Care, Making your home cat friendly
- International Cat Care, Problem behaviour in cats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고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다. 관계 문제가 깊어지거나 다치는 일이 생기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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