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듬다가 갑자기 무는 이유, 과잉 자극의 비밀

기분 좋게 그르렁대며 손을 맡기던 고양이가, 어느 순간 홱 돌아서서 손을 깨문 적이 있는가? 집사라면 한 번쯤 겪어 봤을 것이다. 나도 가끔 그러고, 막내 레오는 훨씬 자주 그런다. 미리 말해 두지만 이건 심술을 부리는 게 아니다.

좋다가도 갑자기 과해지는 순간

쓰다듬기가 오래 이어지면 어느 지점에서 그 감각이 갑자기 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사람들은 이를 쓰다듬기 과잉 자극이라 부르더구나.

같은 자극이 반복되면 처음엔 기분 좋던 것이 점점 거슬리는 감각으로 바뀐다. 사람도 간지럼을 계속 태우면 웃다가 짜증이 나지 않더냐. 그와 비슷하다. 분명 좋았는데도 문득 이제 그만 하는 마음이 훅 올라오고, 그 순간 입이나 발이 먼저 반응한다.

나이 든 나조차 컨디션이 시원찮은 날엔 이 문턱이 부쩍 낮아진다. 어제는 십 분을 견뎠는데 오늘은 삼십 초에 돌아설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무는 건 마지막 경고다

사실 우리는 물기 한참 전부터 신호를 보낸다. 사람이 그걸 못 읽을 뿐이다. 순서는 대개 이렇다.

  1. 꼬리 끝이 까딱까딱 움직이기 시작한다
  2. 꼬리 전체를 바닥에 탁탁 친다
  3. 귀가 옆이나 뒤로 눕는다
  4. 등가죽이 물결치듯 씰룩인다
  5. 그르렁 소리가 멈추거나 톤이 달라진다
  6. 쓰다듬는 손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7. 몸이 굳고 동공이 커진다
  8. 문다

3번에서 손을 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고는 사람이 1번부터 6번까지를 못 보고 지나쳐서 생긴다.

안전한 쓰다듬기의 요령

  • 짧게 만지고 손을 뗀다. 5초에서 10초 정도 만진 뒤 잠깐 멈춰 반응을 본다
  • 다시 다가오면 계속하고, 가만히 있거나 자리를 뜨면 거기까지다
  • 우리가 먼저 다가왔을 때 시작한다. 자고 있거나 지나가는 걸 붙잡지 않는다
  • 부위를 가린다. 볼과 턱 아래, 이마와 귀 뒤는 대개 환영이다. 배와 꼬리 근처, 등 아래쪽은 예민하다
  • 배를 보여준다고 만져달라는 뜻은 아니다. 편안하다는 표시일 뿐, 만지면 대개 후회한다
  • 손으로 장난치지 않는다. 손을 사냥감으로 배우면 나중에 고치기 어렵다. 장난감을 쥐여주는 게 맞다

물렸을 때 하지 말아야 할 것

  • 손을 확 빼지 않는다. 이빨에 찢겨 상처가 커진다. 오히려 힘을 빼고 가만히 있으면 대개 금방 놓는다
  • 소리를 지르거나 때리지 않는다. 겁을 주면 다음엔 경고 없이 무는 쪽으로 바뀐다
  • 계속 쓰다듬어 달래려 하지 않는다. 자리를 뜨는 게 맞다

고양이에게 물린 상처는 겉보기보다 깊다. 송곳니가 만든 구멍은 작지만 안쪽으로 세균이 들어가고 표면이 금방 아물어 갇힌다. 손이나 관절 부위를 물렸다면, 특히 붓거나 열이 나면 사람 병원에 가는 게 맞다. 이건 우리를 미워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

갑자기 심해졌다면 몸을 의심한다

늘 좋아하던 손길을 갑자기 마다하게 됐다면 성격이 변한 게 아니라 아파서일 수 있다.

  • 특정 부위를 만질 때만 반응한다. 그 아래에 통증이 있을 수 있다
  • 등이나 허리를 만질 때 유독 예민하다. 나이 든 고양이의 관절 문제에서 흔하다
  • 빗질을 하다가 특정 지점에서만 돌아선다
  • 귀 근처를 만질 때 피한다. 외이염일 수 있다
  • 예전보다 전반적으로 문턱이 낮아졌다

우리는 아픈 걸 숨기는 데 능하다. 그래서 통증이 말이 아니라 반응으로 먼저 나온다.

집사들이 자꾸 묻는 것

우리 고양이는 신호도 없이 문다는 사람이 많다. 대개는 신호가 너무 빨리 지나가서 놓친 경우다. 다음부터는 쓰다듬는 손이 아니라 꼬리 끝을 보면서 만져보면 보인다.

혼내면 고쳐지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나빠진다고 답하겠다. 우리가 배우는 건 물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사람 손이 무섭다는 것이다.

레오는 아직 배우는 중이다. 나는 그 옆에서 지켜보다가, 가끔 저 녀석이 참는 걸 보면 조금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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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구

출처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고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다. 만지는 것에 대한 반응이 갑자기 달라졌다면 수의사에게 보이는 것이 먼저다.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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