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잘 안 마시는 고양이, 수분 늘리는 방법

한여름이다. 창밖 아스팔트는 이글거리고, 나는 하루 중 가장 시원한 마룻바닥을 찾아 자리를 옮겨 다닌다. 이런 날씨에 사람들은 물병을 끼고 살던데, 고양이는 그 와중에도 물을 잘 안 마신다. 사막에서 살던 조상의 습성이 남아서다. 그래서 여름일수록 집사가 수분을 챙겨줘야 한다. 나처럼 나이 들어 신장이 걱정되는 몸이라면 더더욱.

우리가 물을 덜 마시는 이유

조상은 먹잇감의 몸에서 수분을 얻었다. 쥐 한 마리의 절반 이상이 물이니, 사냥에 성공하면 따로 물을 마실 필요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갈증을 느끼는 감각이 사람만큼 예민하지 않다. 몸이 살짝 마른 상태여도 물그릇으로 잘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문제는 지금 우리가 먹는 밥이다. 건사료는 수분이 아주 적다. 조상의 방식대로라면 밥에서 얻었어야 할 수분이 통째로 빠져 있는 셈이라, 그만큼을 물그릇에서 채워야 한다. 그런데 감각은 옛날 그대로다. 여기서 어긋남이 생긴다.

마시게 하지 말고, 먹게 하라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밥으로 넣는 것이다.

  • 습식 사료를 끼니에 포함한다. 물그릇을 쳐다보지 않는 고양이도 밥은 먹는다
  • 건사료에 따뜻한 물을 조금 부어 불려준다. 향도 같이 올라와서 노묘에게 특히 잘 통한다
  • 습식 캔에 물을 한두 숟가락 더 섞는다. 처음에는 아주 조금씩 늘려야 눈치채지 못한다
  • 무염 닭육수를 얼려 얼음으로 주는 방법도 있다. 양파나 마늘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어야 한다

물그릇에도 요령이 있다

  • 사료 그릇과 떨어뜨려 놓는다. 야생에서 먹잇감 근처의 물은 오염되기 쉬웠기 때문에, 우리는 본능적으로 밥자리와 물자리를 분리한다
  • 넓고 얕은 그릇을 쓴다. 좁고 깊은 그릇은 수염이 벽에 닿아 불편하다
  • 집 안 여러 곳에 둔다. 자주 지나다니는 길목마다 하나씩 두면 마시는 횟수가 늘어난다
  • 재질을 바꿔본다. 도자기나 유리가 플라스틱보다 냄새가 덜 배어 선호하는 고양이가 많다
  • 매일 갈아준다. 물때가 끼면 우리는 귀신같이 안다
  • 흐르는 물에 끌리는 고양이라면 급수기를 고려한다. 다만 모터 소리를 무서워하는 경우도 있으니 반응을 보고 정한다

얼마나 마셔야 정상인가

기준이 하나 있다. 국제고양이돌봄협회는 하루에 체중 1킬로그램당 100밀리리터를 넘게 마시면 평소보다 많이 마시는 것으로 본다고 안내한다. 4킬로그램이면 하루 400밀리리터가 넘는 경우다.

이 숫자는 적게 마시는 걸 걱정할 때보다, 갑자기 많이 마시기 시작했을 때 더 쓸모가 있다. 물을 부쩍 많이 마시는 것은 신장병, 당뇨, 갑상선기능항진증, 혈중 칼슘 상승 같은 문제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재려면 아침에 그릇에 부은 양을 적어두고 다음 날 남은 양을 빼면 된다. 여러 마리를 키운다면 정확히 나누기 어려우니, 대신 물그릇이 줄어드는 속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는지를 본다.

이럴 땐 물그릇 탓이 아니다

망구

  • 갑자기 물을 훨씬 많이 마시고 소변량이 늘었다
  • 반대로 하루 넘게 거의 마시지 않는다
  • 잇몸이 끈적하고 마른 느낌이다
  • 목덜미 피부를 살짝 집었다 놓았을 때 제자리로 돌아오는 속도가 느리다
  • 기운이 없고 밥도 함께 줄었다

이런 변화는 급수기를 바꿔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진료를 받는 게 순서다.

우리 집이 하는 방식

집사는 물그릇을 세 군데 둔다. 거실 캣타워 아래, 복도 끝, 그리고 내가 낮잠 자는 창가 옆. 창가 그릇은 나를 위한 것이다. 나이가 드니 물 마시러 멀리 가기가 귀찮아졌다는 걸 집사가 알아챈 모양이다.

레오는 이상하게 사람이 씻는 세면대 물을 좋아한다. 그래서 저녁마다 잠깐 수도를 틀어준다. 정석은 아니지만, 마시는 게 안 마시는 것보다 낫다는 게 우리 집 결론이다.

집사들이 자꾸 묻는 것

우유를 주면 수분 보충이 되지 않냐고 묻는다면, 권하지 않는다고 답하겠다. 유당을 소화하지 못해 설사를 하면 오히려 수분을 잃는다.

급수기를 샀는데 안 쓴다는 하소연도 흔하다. 흐르는 물을 다 좋아하는 건 아니다. 모터 소리나 물 떨어지는 소리가 거슬리는 고양이도 있으니, 기존 물그릇을 치우지 말고 나란히 두고 어느 쪽을 고르는지 지켜보는 게 낫다.

여름에만 신경 쓰면 되냐는 질문도 있다. 오히려 겨울에 난방으로 실내가 건조해지면 수분 손실이 늘어난다. 계절을 가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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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고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다. 음수량이나 소변량이 갑자기 달라졌다면 수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먼저다.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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