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장 싫어하는 고양이, 켄넬 적응 훈련은 이렇게

“어라, 망구 어디 갔지?” 예전엔 집사가 이동장 꺼내는 소리만 나도 나는 이미 침대 밑이었다. 이동장이 병원 가는 신호로만 각인되면 누구든 그렇게 된다.

왜 그렇게 싫어하나

우리가 이동장 자체를 미워하는 게 아니다. 연결이 문제다.

일 년에 두어 번, 이동장이 나온다. 그 뒤에는 반드시 낯선 냄새와 낯선 손과 주사가 따라온다. 이 정도면 예측이 아주 쉬운 공식이다. 우리는 이 연결을 몇 번 만에 배운다.

그러니 적응 훈련이란 이 연결을 끊고 새 연결을 만드는 일이다. 이동장이 나온다고 반드시 병원에 가는 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 안이 나쁜 곳이 아니라는 것.

이동장부터 제대로 고른다

훈련 이야기 전에 물건부터 봐야 한다.

  • 윗부분이 분리되는 하드형이 가장 낫다. 병원에서 뚜껑만 열고 그대로 진료할 수 있어서, 억지로 끌어내는 과정이 통째로 사라진다
  • 위에서도 열리고 앞으로도 열리는 문이 있으면 좋다
  • 나사가 아니라 걸쇠로 여닫히면 병원에서 빠르다
  • 다 자란 몸이 안에서 돌아설 수 있는 크기. 너무 크면 차 안에서 흔들려 오히려 불안하다
  • 천으로 된 가방형은 가볍지만 병원에서 다루기 불편하고, 겁먹은 고양이를 꺼내기 어렵다

이 조건 하나만 바꿔도 병원 방문의 절반이 편해진다.

1단계, 늘 꺼내 둔다

병원 갈 때만 등장시키지 말고 거실 한쪽에 문을 연 채로 둔다. 문짝을 아예 떼어두어도 좋다.

안에 푹신한 담요를 깔고, 그 담요는 평소 우리가 자던 자리의 것을 쓴다. 자기 냄새가 나면 남의 집이 아니게 된다.

가구처럼 익숙해지는 데 며칠에서 몇 주가 걸린다. 여기서 서두르면 나머지가 다 어그러진다.

2단계, 좋은 일이 생기는 곳으로

  • 간식을 이동장 앞에 놓는다. 며칠 뒤 입구에, 그다음 안쪽에
  • 밥그릇을 조금씩 이동장 쪽으로 옮긴다
  • 좋아하는 장난감을 안에 넣어둔다
  • 캣닢에 반응한다면 담요에 살짝 뿌린다

억지로 밀어 넣는 건 하지 않는다. 한 번 밀어 넣으면 그동안 쌓은 게 전부 사라진다.

막내 레오는 어릴 때부터 이렇게 배운 덕에 요즘은 이동장 안에서 낮잠까지 잔다. 나는 다 큰 뒤에 시작해서 여기까지 오는 데 몇 달이 걸렸다.

3단계, 문 닫기와 들어보기

스스로 잘 들어가게 되면 다음으로 넘어간다.

  1. 들어가 있을 때 문을 1초 닫았다가 연다. 간식
  2. 며칠에 걸쳐 5초, 10초, 30초로 늘린다
  3. 문을 닫은 채로 이동장을 손잡이만 살짝 들어본다. 바로 내려놓는다
  4. 몇 걸음 들고 다닌다
  5. 현관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각 단계마다 싫어하는 기색이 보이면 전 단계로 돌아간다. 진도가 아니라 편안함이 기준이다.

4단계, 차 타보기

병원 가는 날이 첫 차 경험이 되지 않게 한다.

  • 시동만 걸고 5분 앉아 있다가 내린다
  • 다음엔 동네 한 바퀴만 돌고 온다
  • 그러고 집에 와서 간식을 준다

차를 타면 반드시 병원이라는 공식을 깨는 게 목적이다.

진짜 떠나는 날

  • 이동장을 미리 꺼내둔다. 나가기 직전에 꺼내면 그 순간부터 눈치챈다
  • 안전벨트로 고정한다. 좌석 위에 그냥 두면 급정거에 굴러떨어진다
  • 수건이나 보자기로 덮어 시야를 가린다. 어두우면 확실히 덜 무섭다
  • 차 안에서 이동장을 안고 있지 않는다. 사고 시 둘 다 위험하다
  • 대기실에서는 바닥에 두지 말고 무릎 높이 이상에 둔다. 개와 눈이 마주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 페로몬 제품을 쓴다면 출발 30분 전쯤 이동장 안에 뿌린다. 젖은 채로 넣지 않는다

여러 마리를 데려갈 때는 각자 다른 이동장을 쓴다. 사이가 좋아도 병원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서로에게 화풀이를 하는 일이 생긴다.

다녀온 뒤

  • 조용한 곳에 이동장을 두고 스스로 나오게 둔다. 꺼내지 않는다
  • 여러 마리라면 병원 냄새 때문에 서로 낯설어할 수 있다. 몇 시간 분리해두면 대개 가라앉는다
  • 이동장을 바로 치우지 말고 며칠 더 열어둔다. 마무리가 나쁘면 다음이 어려워진다

이럴 땐 무리하지 않는다

  • 노묘나 심장, 호흡기에 문제가 있는 경우. 이동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으니 미리 병원과 상의한다
  • 이동 중에 침을 심하게 흘리거나 입을 벌리고 숨 쉰다면 스트레스가 한계에 온 것이다
  • 매번 극도로 힘들어한다면 진정 처치를 미리 받는 방법도 있다. 병원에서 상의할 문제다

이렇게 천천히 친해지면 외출이 편안해진다. 우리 집사가 몇 달을 들인 덕에, 요즘 나는 이동장이 나와도 침대 밑으로 가지 않는다. 물론 병원이 좋아진 건 아니다. 다만 시작부터 지치지는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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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구

출처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고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다. 몸이 약한 고양이의 이동은 미리 수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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