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 집사가 새 캣타워를 들여온 날이었다. 막내 레오는 조립이 끝나기도 전에 빈 상자부터 정복하더니, 완성되자마자 꼭대기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문제는 착지하는 순간이었다. 기둥이 크게 휘청했고, 혼비백산한 녀석은 굴러떨어지듯 내려와 한동안 그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았다. 결국 그 물건은 얼마 못 가 집에서 치워졌다.
왜 높은 곳이 필요한가
먼저 이게 왜 사치품이 아닌지부터 말해야겠다. 국제고양이돌봄협회는 고양이 친화적인 집의 조건으로 수직 공간과 높은 곳의 휴식 자리를 든다.
이유는 세 가지다. 높은 곳은 전망대이자 대피소이고, 여러 마리가 사는 집에서는 서로를 피하는 통로가 된다. 바닥에서만 마주치면 부딪히지만, 높이가 나뉘면 같은 공간에 있어도 겹치지 않는다.
첫째, 흔들리면 실격이다
캣타워는 뛰어오르라고 있는 물건이다. 그런데 뛰어올랐을 때 흔들리면 무서워서 다시는 안 간다. 겁 없는 레오도 한 번 휘청하고는 발길을 끊었는데, 나 같은 노묘야 말할 것도 없다.
- 바닥판이 넓고 묵직한가
- 기둥이 굵고 이음새가 단단한가
- 가장 높은 단에 손으로 체중을 실어 눌렀을 때 흔들림이 있는가
- 벽에 고정할 수 있는 브래킷이 있는가
매장이라면 사기 전에 손으로 밀어보는 수고면 충분하다. 온라인이라면 무게를 본다. 가벼운 제품은 대개 흔들린다.
둘째, 오르내리는 구조
높이만 보고 고르면 실패한다. 중요한 건 얼마나 높으냐가 아니라 어떻게 올라가느냐다.
- 단 사이 간격이 계단처럼 촘촘한가. 한 번에 크게 뛰어야 하는 구조는 나이가 들면 못 쓴다
- 발판이 몸을 다 얹을 만큼 넓은가. 좁으면 앉기만 하고 눕지 못한다
- 내려오는 길이 있는가. 사람들은 올라가는 것만 생각하는데, 사고는 대개 내려올 때 난다
- 꼭대기에 넉넉한 판이나 해먹이 있는가
나는 요즘 잘 뛰지 않아서 단차 낮은 길이 고맙다. 젊은 무릎이야 어디든 가지만, 늙은 무릎은 정직하다.
새끼 고양이와 노묘가 함께 사는 집이라면 낮은 것 하나와 높은 것 하나를 나눠 두는 편이 낫다. 하나로 둘을 다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셋째, 어디에 두느냐
같은 캣타워라도 놓는 자리에 따라 쓰임이 갈린다.
- 창가가 최고다. 높은 자리와 바깥 구경이 한 번에 해결된다
- 가족이 모이는 공간이 보이는 곳. 우리는 무리를 지켜보는 걸 좋아한다
- 구석에 박아두면 좀처럼 가지 않는다
- 에어컨 바람이 직접 닿는 자리는 피한다
- 여러 마리라면 한 곳에 몰지 말고 나눠 놓는다
지금 우리 집 캣타워는 거실 창가에 서 있고, 아래 단은 내 차지, 꼭대기는 레오 차지다. 층마다 주인이 다른 아파트인 셈이다.
소재와 관리
- 사이잘 로프가 감긴 기둥이면 오가는 길에 발톱까지 다듬을 수 있다
- 짧은 털 소재가 청소하기 편하다. 긴 털은 우리 털과 엉킨다
- 커버를 벗겨 세탁할 수 있는 제품이 오래 간다
- 로프가 다 풀리면 갈아 감을 수 있는지 확인한다
캣타워가 아니어도 된다
솔직히 말하면 캣타워가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다. 중요한 건 높은 자리이지 그 물건이 아니다.
- 벽 선반을 계단처럼 다는 방법
- 책장 위 한 칸을 비워주는 방법
- 창가에 붙이는 해먹
- 냉장고 위에 매트를 까는 방법
돈을 들이지 않고도 수직 공간은 만들 수 있다. 우리 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는 사실 캣타워가 아니라 책장 꼭대기다.
이럴 땐 캣타워 탓이 아니다
- 잘 오르던 고양이가 갑자기 안 오른다
- 올라가기 전에 망설이거나 실패한다
- 예전에는 꼭대기에 있더니 아래 단에만 있다
- 내려올 때 뛰지 않고 한 칸씩 조심스럽게 내려온다
이건 관절 문제의 흔한 신호다. 고양이는 절뚝이는 대신 그 행동을 아예 안 하는 쪽을 택하기 때문에, 사람 눈에는 그냥 얌전해진 것처럼 보인다. 캣타워를 바꾸기 전에 병원에서 확인받는 게 순서다.
정리하겠다. 흔들리지 않는가, 오르내리기 쉬운 구조인가, 좋은 자리에 둘 수 있는가. 이 셋만 따지면 크게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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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International Cat Care, Making your home cat friendly
- International Cat Care, Multi-cat households
- VCA Animal Hospitals, Cat Behavior and Training: Enrichment for Indoor Cats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고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다. 잘 오르던 고양이가 오르내리기를 꺼린다면 수의사에게 데려가는 것이 먼저다.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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