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발톱 관리와 스크래쳐 놓는 법

칠월 한낮이다. 요즘 나는 볕을 피해 마루에서 제일 서늘한 자리를 골라 길게 눕는다. 그러다 몸을 일으키면 하는 일이 정해져 있다. 스크래쳐 앞에서 허리를 죽 펴고, 발톱을 세워 시원하게 긁는 것. 한여름의 낮잠과 발톱 다듬기, 이것이 노묘의 성실한 하루 일과다.

긁는 데에는 네 가지 이유가 있다

  • 발톱 관리: 낡은 겉껍질을 벗겨내 새 발톱이 드러나게 한다. 긁은 자리 근처에 얇은 껍질이 떨어져 있는 걸 본 적 있을 것이다
  • 냄새 표시: 발볼록살 사이에 냄새를 내는 분비샘이 있다. 긁는 동안 그 자리에 자기 냄새를 남긴다
  • 눈에 보이는 표시: 긁힌 자국 자체가 다른 고양이에게 보내는 신호다. 그래서 우리는 잘 보이는 자리를 골라 긁는다
  • 몸풀기와 기분 전환: 앞다리와 등을 쭉 늘이는 스트레칭이기도 하고, 긴장을 푸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니 못 하게 막을 일이 아니라, 마음껏 긁을 자리를 마련해 줄 일이다. 사람 눈에는 가구를 망치는 행동이지만, 우리에게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스크래쳐는 어디에 어떻게

자리가 제품보다 중요하다. 우리가 긁고 싶은 곳은 정해져 있다.

  • 자고 일어나는 자리 바로 옆. 일어나서 기지개 켜며 긁는 게 순서다
  • 방과 방을 잇는 길목, 현관 근처처럼 자주 지나는 곳
  • 이미 긁고 있는 가구 바로 앞. 소파 모서리를 긁는다면 그 앞에 놓는다
  • 여러 마리라면 각자의 영역에 하나씩

형태도 나눠 두는 게 좋다. 세로형은 몸을 쭉 펴서 긁는 용도라 우리 키보다 충분히 높아야 한다. 앞발을 뻗어 올렸을 때 몸이 다 펴지지 않는 높이면 쓰지 않는다. 가로형이나 경사형을 함께 두면 취향이 갈리는 고양이도 만족한다.

재질도 취향이 있다. 골판지, 사이잘 로프, 카펫, 나무. 어느 쪽을 고를지는 우리 마음이라, 두 가지쯤 놓고 지켜보는 편이 빠르다.

가구를 지키고 싶다면 혼내는 것보다 좋은 스크래쳐 하나가 훨씬 빠르다. 긁던 자리에 미끄러운 시트를 붙여 불편하게 만들고, 바로 옆에 대안을 놓아주는 것. 이 두 가지를 같이 해야 통한다.

발톱 깎기의 요령

실내에서 지내면 발톱이 자연히 닳지 않는다. 너무 자라면 끝이 말려 발볼록살을 파고들거나, 카펫이나 이불에 걸려 발톱이 뽑히는 사고가 난다. 나이 든 고양이일수록 잘 생긴다. 긁는 횟수가 줄고 발톱은 두꺼워지기 때문이다.

  • 주기: 2주에서 4주에 한 번 정도. 개체차가 크니 발톱 끝이 갈고리처럼 휘었는지 보고 정한다
  • 자를 부분: 뾰족한 끝만이다. 발톱 안쪽 분홍빛으로 비치는 혈관을 퀵이라 하는데, 여기서 2밀리미터 이상 떨어져 자른다
  • 자세: 발볼록살을 살짝 누르면 발톱이 나온다. 억지로 붙잡지 말고 자는 직후처럼 나른할 때를 노린다
  • 속도: 한 번에 다 자르지 않아도 된다. 하루에 두세 개씩 며칠에 나눠 하는 편이 서로 편하다
  • 뒷발: 앞발보다 덜 자라서 덜 자주 해도 된다
  • 흰 발톱이 아니라 검은 발톱이면 혈관이 안 보인다. 조금씩 여러 번 잘라 단면 가운데에 회색 점이 보이기 시작하면 멈춘다

피가 났다면 당황하지 말고 깨끗한 거즈로 눌러 지혈한다. 지혈제가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압박만으로도 대개 멈춘다. 다만 그 경험 때문에 다음부터 발을 안 준다. 그래서 무리하지 않는 게 결국 빠른 길이다.

망구

어릴 때부터 발 만지는 데 익숙해지게 해두면 서로가 편하다. 간식을 주면서 발볼록살을 잠깐 눌러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발톱 제거 수술에 대하여

발톱을 뿌리째 없애는 수술은 발톱만 뽑는 게 아니라 발가락 끝마디를 잘라내는 수술이다. 만성 통증과 걸음걸이 변화, 화장실 거부나 무는 행동 같은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권하지 않는 추세이고, 금지한 나라도 있다.

긁는 행동이 문제라면 수술이 아니라 환경으로 풀 일이다. 스크래쳐를 제대로 놓고, 발톱을 주기적으로 깎고, 필요하면 발톱 끝에 씌우는 캡을 쓰는 방법도 있다.

이럴 땐 병원으로

  • 발이 붓거나 발가락 하나만 유독 크다
  • 발톱 주위가 빨갛고 진물이나 냄새가 난다
  • 발톱이 부러져 피가 멎지 않는다
  • 걸을 때 절뚝이거나 한쪽 발을 든다
  • 발톱이 발볼록살을 파고들어 박혔다
  • 발톱이 갑자기 잘 부러지고 잘 벗겨진다. 전신 질환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발볼록살을 파고든 발톱은 집에서 빼내려 하지 말고 병원에서 처치받는 게 맞다. 이미 염증이 있는 경우가 많다.

집사들이 자꾸 묻는 것

스크래쳐를 사줬는데 안 쓴다는 하소연이 제일 많다. 대개는 자리 문제다. 사람 눈에 안 보이는 구석에 놓아두면 우리는 쓰지 않는다. 긁는 건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기도 해서, 잘 보이는 자리여야 한다.

높이가 문제인 경우도 흔하다. 다 자란 고양이가 앞발을 뻗어 올렸을 때 몸이 다 펴지려면 생각보다 높아야 한다. 낮은 제품은 새끼일 때만 쓰고 만다.

발바닥이 마룻바닥에 쩍쩍 붙는 계절이다만, 발톱만은 늘 단정하게. 그것이 늙은 고양이의 자존심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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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고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다. 발이나 발톱에 이상이 보이면 집에서 손대기 전에 수의사에게 보이는 것이 안전하다.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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