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 원룸에서 고양이 키우기, 좁은 집이라 미안한가

망구

원룸에 살면서 고양이를 들이는 게 미안한 일인지 묻고 싶은가? 열세 해 산 늙은 고양이가 답해주겠다. 미안할 일 아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평수가 아니라 그 안에 무엇이 있느냐다.

우리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

국제고양이돌봄협회가 정리한 고양이 친화적인 집의 조건을 보면, 넓이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대신 이런 것들이 나온다.

  • 안전하다고 느끼는 휴식 공간이 여러 개 있을 것
  • 숨을 곳이 있을 것
  •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을 것
  • 밥과 물, 화장실이 서로 떨어져 있을 것
  • 긁을 곳이 있을 것
  • 창밖을 볼 수 있을 것

여섯 평이든 스무 평이든, 이 조건을 채우느냐가 갈림길이다. 넓은 집에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 좁아도 이게 갖춰진 집이 낫다.

좁으면 위로 올라간다

바닥이 좁으면 공중을 쓰면 된다. 우리는 원래 평면이 아니라 입체로 사는 동물이다.

  • 캣타워를 하나 두되, 다 자란 고양이가 앞발을 뻗어도 몸이 다 펴지는 높이로
  • 벽 선반을 계단처럼 배치한다. 바닥에 자리를 안 뺏는다
  • 창가에 붙이는 해먹을 단다. 창밖 구경과 잠자리를 한 자리에서 해결한다
  • 책장 위를 비워둔다. 사실 이게 제일 돈이 안 든다

나만 해도 이 나이에 여전히 책장 꼭대기를 왕좌 삼아 집안을 굽어보는 맛에 산다. 높은 자리는 우리에게 전망대이자 대피소다.

밥, 물, 화장실을 떼어놓기

원룸에서 가장 어려운 게 이것이다. 한 방에 다 있어야 하니까. 그래도 요령은 있다.

  • 화장실은 현관 쪽이나 욕실 앞처럼 생활 동선에서 가장 먼 곳에
  • 밥그릇은 그 반대편에
  • 물그릇은 밥그릇에서 떨어뜨려 최소 두 곳에 나눠 둔다
  • 세탁기 옆은 피한다. 갑자기 돌아가는 소리가 화장실 거부의 원인이 되는 일이 흔하다

거리를 못 만들겠다면 가구로 시야라도 끊어준다. 밥자리와 화장실 사이에 책장이 하나 서 있는 것만으로 다르다.

냄새는 구조로 잡는다

원룸은 냄새가 금방 찬다. 향으로 덮는 건 답이 아니다. 향이 강한 모래나 방향제는 오히려 우리가 화장실을 피하게 만든다.

  • 하루 두 번 치운다. 이게 전부라고 해도 좋다
  • 응고가 잘 되는 모래를 쓴다
  • 화장실 크기를 넉넉하게. 작으면 밖으로 튄다
  • 환기를 자주 한다. 방묘창이 있으면 창을 열어둘 수 있다
  • 쓰레기통은 뚜껑이 눌리는 것으로

혼자 있는 낮을 견디게

자취라면 집을 비우는 시간이 길다. 이게 평수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다.

  • 창밖을 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 우리에게 창은 텔레비전이다
  • 퍼즐 급식기나 노즈워크 매트에 사료 일부를 숨긴다. 사냥 흉내가 된다
  • 장난감을 몇 개 두되 매일 같은 걸 두지 말고 바꿔가며 낸다. 늘 나와 있으면 흥미가 사라진다
  • 자동급식기와 정수기는 도움이 된다. 다만 기계 소리를 무서워하는 경우가 있으니 반응을 보고 정한다
  • 아침에 나가기 전 10분, 저녁에 들어와 10분 놀아준다

운동은 짧고 자주

좁을수록 몸이 굳기 쉽다. 하루 두세 번, 한 번에 10분이면 충분하다. 중요한 건 시간이 아니라 방식이다.

낚싯대를 마구 흔드는 건 놀이가 아니다. 숨었다가 튀어나오게 하고, 쫓게 하고, 마지막에는 반드시 잡게 해준다. 잡지 못하고 끝나면 사냥이 완결되지 않아 기운이 남는다.

레오는 이걸 거른 날이면 밤새 우다다로 온 집을 뒤집는다. 원룸에서 그랬다간 집사 잠은 없다고 봐야 한다.

좁은 집에서 특히 조심할 것

  • 창문과 방충망. 방충망은 우리 무게를 못 버틴다. 방묘창이 필요하다
  • 현관. 문 열리는 몇 초가 탈출 사고의 대부분이다. 중문이 없다면 현관 앞에 울타리를 두는 방법도 있다
  • 인덕션과 가스레인지. 주방과 생활공간이 붙어 있으니 더 위험하다
  • 세탁기와 건조기. 들어가 있는 걸 못 보고 돌리는 사고가 실제로 있다. 문을 닫아두는 습관을 들인다
  • 전선. 좁으면 그만큼 전선이 발밑에 많다

마지막으로

방은 작아도 마음이 넓으면 우리는 그걸로 족하다. 다만 그 마음은 매일의 10분과 하루 두 번의 화장실 청소로 증명된다. 평수를 미안해할 시간에 그걸 챙기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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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고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다. 지내다가 이상 신호가 보이면 미루지 말고 동물병원을 찾는 것이 맞다.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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