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한낮, 창밖에선 매미가 울고 집 안에는 에어컨 바람이 돈다. 시원한 바람이 좋다가도 콧등이 서늘해지면 문득 옛날에 앓던 코감기가 생각난다. 여름이라고 방심할 병이 아니거든.
고양이 감기는 사람 감기가 아니다
사람들이 고양이 감기라 부르는 건 상부 호흡기 감염이다. 코넬대 고양이건강센터에 따르면 대표적인 원인은 고양이 허피스바이러스와 칼리시바이러스이고, 이 둘이 상부 호흡기 감염의 큰 몫을 차지한다.
사람에게 옮지는 않는다. 하지만 고양이끼리는 아주 잘 옮는다. 재채기로 튀는 비말, 같이 쓰는 밥그릇과 물그릇, 사람의 손을 거쳐서도 전달된다. 여러 마리를 키우는 집이나 보호소에서 특히 빠르게 퍼지는 이유다.
증상은 이렇다
- 재채기가 잦아진다
- 맑던 콧물이 점점 탁해지고 코가 막힌다
- 눈물과 눈곱이 늘고 흰자가 충혈된다
- 침을 흘리거나 입안에 궤양이 생긴다. 칼리시바이러스에서 더 흔하다
- 기운이 없고 밥을 덜 먹는다
- 열이 나기도 한다
코가 막히면 냄새를 못 맡는다는 게 우리에게는 생각보다 큰 문제다. 사람은 코가 막혀도 밥은 먹지만, 우리는 냄새로 밥을 인식하는 편이라 아예 그릇 앞에 가지 않게 된다. 그래서 호흡기 감염에서 식욕 저하가 빨리 온다.
허피스는 몸에 남는다
한번 걸리면 바이러스가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다시 활동한다. 이사, 새 식구, 합사, 병원 방문, 발정, 다른 병을 앓는 시기가 대표적인 계기다.
그래서 완치라는 말보다 관리라는 말이 맞다. 재발을 줄이는 방법은 결국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다. 숨을 곳을 확보해주고, 화장실과 밥자리를 안정적으로 두고, 변화가 있을 때는 천천히 진행하는 것. 이런 것들이 약보다 먼저다.
집에서 해줄 수 있는 것
- 따뜻하고 조용한 곳에서 쉬게 한다
- 향이 진한 습식을 데워서 준다. 코가 막혔을 때 향이 올라오면 먹기 시작한다
- 물을 넉넉히 챙긴다. 열이 나면 수분 손실이 커진다
- 눈곱과 콧물은 미지근한 물에 적신 거즈로 닦아준다
- 실내가 건조하면 가습을 한다. 욕실에 뜨거운 물을 틀어 김을 채우고 잠깐 함께 있어주는 방법도 쓴다
- 여러 마리라면 아픈 아이를 분리하고 그릇과 화장실을 따로 쓴다
사람 감기약은 절대 주면 안 된다. 사람용 해열진통제나 코막힘약은 고양이가 대사하지 못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아깝다고 예전에 처방받은 항생제를 다시 먹이는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병원에 가야 할 때
- 하루 이상 밥을 먹지 않는다
- 숨쉬기를 힘들어하거나 입을 벌리고 숨 쉰다
- 콧물이 누렇고 진해졌다
- 눈을 못 뜨거나 각막이 뿌옇다
- 축 늘어져 반응이 둔하다
- 증상이 며칠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다
새끼 고양이와 나 같은 노묘는 특히 서둘러야 한다. 몸에 여유가 없어서 며칠 사이에 상태가 크게 나빠질 수 있다. 어린 고양이는 눈이 심하게 감염되면 시력에 영향이 남기도 한다.
예방과 준비
핵심 백신에 허피스바이러스와 칼리시바이러스가 들어 있다. 접종이 감염 자체를 완전히 막아주지는 않지만 증상을 크게 덜어준다. 새로 고양이를 들일 때 기존 아이와 바로 합치지 않고 격리 기간을 두는 것도 중요한 예방이다.
우리 집도 레오가 처음 왔을 때 이 주 정도는 방을 나눠 썼다. 사람 눈에는 답답해 보였겠지만, 그 덕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집사들이 자꾸 묻는 것
실내에서만 지내는데 어떻게 걸렸냐고 묻는 집사가 있다. 허피스는 어릴 때 감염되어 잠복해 있는 경우가 많다. 새로 옮은 게 아니라 잠복해 있던 것이 스트레스에 깨어난 경우가 흔하다.
한 마리가 걸리면 나머지도 다 걸리냐는 질문도 있다. 접종 상태와 컨디션에 따라 다르다. 그릇과 화장실을 나누고 손을 씻는 것만으로도 전파를 꽤 줄일 수 있다.
라이신 보조제가 효과가 있냐는 이야기도 자주 나온다. 오래 쓰여온 방법이지만 효과에 대한 평가는 자료마다 갈린다. 쓸지 말지는 담당 수의사와 정하는 게 맞다.
콧물쯤이야 싶다가 큰일이 되는 게 이 병이다. 증상이 며칠씩 이어진다면 검색창 말고 수의사에게 보이는 게 가장 빠른 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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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Cornell Feline Health Center, Respiratory Infections
- Cornell Feline Health Center, Feline Vaccines: Benefits and Risks
- Cornell Feline Health Center, Feline Calicivirus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고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다. 증상이 이어지거나 숨쉬기를 힘들어한다면 곧바로 수의사에게 보이는 것이 안전하다.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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