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부쩍 많이 마신다면, 고양이 신장병 초기 증상

요즘 물그릇이 유난히 빨리 비지 않나? 화장실 모래 뭉치가 부쩍 커지고 잦아지지는 않았나? 별것 아닌 듯한 이 두 가지 질문이 오늘 이야기의 전부라 해도 좋다. 나는 곧 열세 번째 생일을 맞는 어르신 고양이다. 우리 나이대가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콩팥, 그러니까 만성콩팥병이다. 이름이 무겁게 들리겠지만 일찍 알아채면 관리할 길이 있는 병이니, 겁부터 먹지 말고 들어보길.

얼마나 흔한 병인가

국제고양이돌봄협회 자료에 따르면 열다섯 살이 넘은 고양이의 20에서 50퍼센트가 어느 정도의 만성콩팥병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나이에나 생길 수 있지만 특히 일곱 살이 넘은 중년 이후에 흔하다.

절반 가까이라는 숫자를 보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게 실감 난다. 나이 든 고양이와 사는 집이라면 이 병은 언젠가 마주칠 가능성이 높은 쪽에 속한다.

왜 늦게 발견되나

가장 고약한 대목이 이것이다. 같은 자료는 양쪽 콩팥의 기능하는 조직 중 3분의 2에서 4분의 3이 손상된 뒤에야 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겉으로 티가 나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는 뜻이다. 우리가 아픈 걸 숨겨서가 아니라 몸의 구조가 그렇다. 그래서 이 병은 증상을 기다리는 방식으로는 일찍 잡을 수 없다.

초기 신호는 아주 작다

앞의 자료가 드는 흔한 증상은 이렇다.

  • 체중 감소
  • 식욕 저하
  • 기운 없음
  • 물을 많이 마심
  • 소변량이 늘어남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나이 탓인가 하고 넘기기 쉬운 변화들이다. 그래서 더 무섭다.

집에서 알아채는 가장 실용적인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물그릇이 비는 속도, 다른 하나는 모래 뭉치의 크기와 개수다. 매일 치우다 보면 어느 순간 뭉치가 예전보다 확실히 커졌다는 걸 알게 된다. 그게 신호다.

우리 집은 레오와 물그릇을 같이 쓰다 보니 누가 얼마나 마시는지 가늠이 안 된다며, 집사가 각자의 자리에 물그릇을 따로 놓았다. 덕분에 내 물그릇이 비는 속도를 눈으로 좇을 수 있게 됐다. 여러 마리와 사는 집이라면 해볼 만한 방법이다.

체중도 마찬가지다. 한 달에 한 번 같은 저울로 재서 적어두면, 사람 눈으로는 못 보는 변화가 숫자로 보인다. 200그램은 눈에 안 보이지만 4킬로그램 고양이에게는 5퍼센트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앞의 자료에 따르면 혈액과 소변 검사로 진단한다. 혈액에서 요소와 크레아티닌 같은 물질이 올라가 있는지, 소변이 충분히 농축되지 못하고 묽어졌는지를 함께 본다. 필요에 따라 혈압 측정과 엑스레이, 초음파 같은 영상 검사가 더해진다.

여기서 중요한 건 소변 검사가 함께 필요하다는 점이다. 혈액만으로는 놓치는 구간이 있다. 요즘은 더 이른 시기에 변화를 잡아내는 혈액 지표도 쓰이니, 검진 때 어떤 항목이 들어가는지 물어보면 좋다.

일곱 살이 넘었다면 최소 1년에 한 번, 열 살이 넘었다면 반년에 한 번을 기준으로 삼는 집이 많다. 정확한 주기는 병원에서 우리 고양이 상태를 보고 정할 일이다.

진단을 받았다면

진단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 병은 낫게 하는 병이 아니라 진행을 늦추는 병이다. 그리고 늦추는 방법이 실제로 있다.

  • 신장 처방식. 인 함량을 낮춘 사료가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수분 섭취 늘리기. 습식 비중을 올리고 물그릇을 여러 곳에 둔다
  • 혈압과 단백뇨 관리. 필요하면 약을 쓴다
  • 정기적인 재검사로 상태를 따라간다

처방식은 맛이 예전 사료만 못한 경우가 있어 잘 안 먹는 일이 흔하다. 이때 굶기면서 버티게 하는 건 위험하다. 데워서 향을 올리거나 습식 형태로 바꾸는 등의 방법을 병원과 상의하는 편이 낫다.

이럴 땐 미루지 않는다

  • 물을 마시는 양이 눈에 띄게 늘었다
  • 밥을 남기기 시작했고 체중이 준다
  • 구토가 잦아졌다
  • 입에서 냄새가 나고 잇몸이 창백하다
  • 기운이 없고 숨어 지낸다
  • 하루 이상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마지막 항목은 신장 문제가 아니더라도 위험하다. 고양이가 하루 넘게 굶으면 간에 부담이 온다.

집사들이 자꾸 묻는 것

물을 많이 마시면 무조건 신장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하겠다. 당뇨, 갑상선기능항진증, 혈중 칼슘 상승 같은 다른 원인도 있다. 그래서 검사가 필요한 것이다. 다만 어느 쪽이든 병원에 갈 이유라는 점은 같다.

젊은 고양이는 괜찮냐는 질문도 있다. 대부분은 그렇지만, 이 병이 젊은 나이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나이만으로 안심할 일은 아니다.

물 좀 많이 마시는 게 뭐 대수냐 싶겠지만, 노묘의 몸은 그런 사소한 데서부터 말을 건다. 오늘 저녁, 물그릇 앞에 앉은 고양이를 평소보다 조금만 오래 지켜봐 준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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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구

출처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고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다. 위에 적은 변화가 보인다면 이 글은 여기서 덮고 병원 예약을 잡는 것이 순서다.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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