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안블루 성격과 특징, 회색 신사를 들일 집사에게

망구

동물병원 대기실에서 러시안블루를 한 번 본 적이 있다. 이동장 안에서 소리 하나 없이, 그 에메랄드빛 눈으로 나를 물끄러미 건너다보던 회색 고양이. 얼굴에 카레 얼룩을 묻힌 나와는 딴판으로 우아하더군. 오늘은 그 친구들 이야기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이중모

가장 큰 특징은 청회색의 짧고 촘촘한 이중모다. 속털과 겉털의 길이가 비슷해서 털이 몸에 눕지 않고 살짝 서 있다. 손으로 결을 거슬러 쓸면 그 자리가 그대로 남는다고들 한다.

빛에 따라 은빛으로 반짝이는 건 털끝에 색이 옅게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 은빛 때문에 회색을 블루라 부른다. 품종 표준에서는 발끝까지 균일한 청회색에 초록 눈을 친다.

새끼 때는 눈이 파랗다가 자라면서 노란빛을 거쳐 초록으로 자리 잡는다. 어린 개체를 보고 눈 색을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마에 흐릿한 줄무늬가 남아 있는 새끼도 있는데, 대개 자라면서 사라진다.

조용하고 낯을 가린다

성격은 조용하고 충직하다. 가족에게는 깊이 애착하지만 낯선 사람 앞에서는 몸을 숨긴다. 손님이 오면 침대 밑으로 들어갔다가 다 돌아간 뒤에 나오는 쪽이다.

시끄럽지 않고 점잖아서 조용한 집에 잘 어울린다. 어딘가 나와 비슷한 기질이라 마음에 든다. 우리 집 레오 같은 사고뭉치와는 결이 다르다.

한 가지 짚어둘 게 있다. 조용하다는 건 손이 덜 간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감정 표현이 크지 않은 만큼, 불편하거나 아플 때도 티가 덜 난다. 이런 성격의 고양이일수록 사람이 먼저 살펴봐야 한다.

규칙적인 것을 좋아한다

영리하고 깔끔하다. 그리고 변화를 아주 싫어한다.

  • 밥 시간이 늘 같기를 바란다
  • 화장실이 지저분하면 바로 티를 낸다. 참았다가 다른 곳에 실수하기도 한다
  • 가구 배치가 바뀌거나 새 물건이 들어오면 며칠 경계한다
  • 손님이 잦은 집, 아이가 많고 소리가 큰 집은 스트레스가 된다

들이려 한다면 이 점을 먼저 헤아리는 게 좋다. 활발한 놀이 상대를 원하는 사람보다는, 조용한 곁을 원하는 사람에게 맞는 품종이다.

머리 쓰는 놀이는 좋아한다. 퍼즐 급식기, 숨긴 간식 찾기, 클리커 훈련 같은 것이 잘 통한다.

알레르기가 덜하다는 이야기에 대하여

러시안블루가 알레르기를 덜 일으킨다는 말이 널리 퍼져 있다. 여기서는 정직하게 적겠다.

사람의 고양이 알레르기는 대개 침과 피부에서 나오는 특정 단백질 때문에 생긴다. 개체마다 이 단백질을 만드는 양에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품종 단위로 안전하다고 말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알레르기가 없는 고양이 품종은 없다고 보는 편이 맞다.

알레르기가 걱정된다면 품종을 고르는 것보다, 실제로 그 고양이와 시간을 보내보고 결정하는 편이 확실하다.

건강 면에서 알아둘 것

비교적 건강한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특정 유전 질환이 두드러지게 지목되는 품종은 아니다.

다만 두 가지는 챙기는 게 좋다. 하나는 체중이다. 조용하고 활동량이 적은 편이라 중성화 뒤 살이 붙기 쉽다. 다른 하나는 정기 검진이다. 심근비대증이나 신장 문제는 품종을 가리지 않는다.

이중모라 털갈이 철에는 빠지는 양이 제법 된다. 주 2회에서 3회 정도 빗어주면 헤어볼도 줄고 집 안의 털도 준다.

집사들이 자꾸 묻는 것

코리안 숏헤어 중에도 회색이 있는데 뭐가 다르냐고 묻는다면, 털의 구조와 은빛이 다르다고 답하겠다. 다만 회색이라는 이유만으로 러시안블루라고 부르는 경우가 흔하다. 혈통서가 없다면 회색 고양이일 뿐이고, 그게 문제될 것도 없다. 나도 혈통서 없는 고양이다.

우리 아이가 사람을 너무 피한다는 하소연도 있다. 이 품종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억지로 안으려 하지 말고, 숨을 곳을 충분히 주고 기다리는 편이 빠르다. 다가올 때까지 두면 결국 스스로 온다. 그 성격에는 그게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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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고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다. 건강에 이상이 의심되면 수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먼저다.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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