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화장실 밖에 실수하는 진짜 이유

망구

고양이는 본래 깔끔한 동물이라, 멀쩡한 화장실을 두고 일부러 딴 데 볼일을 보는 법이 없다. 그러니 어느 날 이불 위나 방구석에서 실수의 흔적을 발견했다면, 그건 반항도 복수도 아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신호다. 곧 열세 살이 되는 내가 그 무언가를 하나씩 짚어보겠다.

먼저 두 가지를 구분한다

같아 보이지만 원인이 전혀 다른 두 가지가 있다.

배설은 바닥이나 카펫, 이불처럼 수평면에 웅크린 자세로 보통의 양을 누는 것이다. 화장실이 마음에 안 들거나 몸이 아플 때 나타난다.

마킹은 벽이나 가구, 커튼처럼 수직면에 선 채로 꼬리를 떨며 소량을 뿌리는 것이다. 볼일이 급해서가 아니라 신호를 남기는 행동이고, 대개 불안이나 영역 문제에서 온다.

어느 쪽인지에 따라 손볼 곳이 달라진다. 실수를 발견하면 자세와 위치, 양부터 확인해두는 게 좋다.

첫 번째로 의심할 것은 몸이다

행동 문제로 접근하기 전에 병원부터 가는 게 순서다. 화장실을 피하게 만드는 몸의 문제가 생각보다 많다.

  • 방광염과 하부요로질환: 배뇨가 아프면 그 통증을 화장실 탓으로 여겨 다른 곳을 찾는다
  • 신장병과 당뇨: 소변량이 늘어 화장실이 금세 차고, 참기도 어려워진다
  • 변비와 설사: 배변이 괴로웠던 기억이 화장실을 피하게 만든다
  • 관절염: 턱이 높은 화장실을 넘는 것 자체가 아프다. 나이 든 고양이에게 아주 흔한 원인이다
  • 인지장애: 노묘가 화장실 위치를 잊는 경우가 있다

이것 하나는 꼭 외워두길. 수컷이 소변을 전혀 못 본다면 한밤중이라도 즉시 병원이다. 요도가 막히면 목숨이 걸린다. 화장실에 자주 들어가는데 나오는 양이 거의 없고 울면서 힘을 준다면 그 신호다.

화장실 자체가 마음에 안 들 때

몸에 이상이 없다면 그다음은 환경이다. 점검할 항목은 정해져 있다.

  • 개수: 고양이 수보다 하나 더. 두 마리면 세 개다. 한곳에 몰아두지 말고 흩어 놓는다
  • 크기: 코끝에서 꼬리 시작점까지 몸길이의 1.5배가 적당하다. 대부분의 시판 화장실은 다 자란 고양이에게 작다
  • 뚜껑: 덮인 형태는 안에서 무방비하다고 느끼게 만든다. 문제가 있다면 뚜껑부터 열어본다
  • 자리: 세탁기나 보일러 옆처럼 갑자기 소리가 나는 곳은 최악이다. 밥과 물에서도 떨어져 있어야 한다
  • 통로: 화장실로 가는 길에 다른 고양이나 개가 지키고 있으면 가지 않는다. 막다른 구석에 두지 않는 이유다
  • 턱 높이: 나이 든 고양이라면 입구가 낮은 것으로 바꾼다

모래에서 이미 답이 나와 있는 경우

모래가 더러우면 우리는 참지 않는다. 밖에 실수한 흔적을 발견했다면, 마지막으로 모래를 갈아준 게 언제인지부터 떠올려 보길. 하루 두 번 치우는 것이 기준이다.

잘 쓰던 모래를 갑자기 다른 종류로 바꾸는 것도 흔한 원인이다. 발바닥에 닿는 감촉이 낯설어지면 그 화장실은 하루아침에 남의 집이 된다. 향이 첨가된 모래도 마찬가지다. 사람에게 은은한 향이 우리에게는 압도적이다.

깊이도 있다. 너무 얕으면 파묻지 못해 불편하고, 너무 깊으면 발이 빠지는 느낌을 싫어한다.

마음이 흔들리면 볼일도 흔들린다

이사, 새 식구, 가구 배치 변화, 공사 소음 같은 것들이 원인이 된다. 레오가 처음 왔을 때 나도 며칠은 심기가 편치 않았으니 그 마음을 안다.

특히 사람 냄새가 밴 이불이나 옷 위에 누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얄미워서 그러는 게 아니다. 불안할 때 자기 냄새와 사람 냄새를 섞어 안심하려는 행동에 가깝다. 창밖에 낯선 고양이가 보이기 시작한 뒤로 시작되는 경우도 흔하다.

뒤처리에도 요령이 있다

  • 일반 세제나 표백제를 쓰지 않는다. 특히 암모니아가 든 제품은 소변 냄새와 비슷해 그 자리를 다시 쓰게 만든다
  • 반려동물용 효소 세정제를 쓴다. 냄새 분자를 분해해야 재발이 준다
  • 문지르지 말고 눌러서 흡수시킨 뒤 세정한다
  • 자주 실수하는 자리에 밥그릇이나 잠자리를 옮겨두는 방법도 있다. 우리는 먹고 자는 자리에는 볼일을 보지 않는다

혼내는 것만은 하지 마라. 겁을 주면 불안이 깊어져 실수가 오히려 는다. 그리고 사람이 없을 때 몰래 하게 될 뿐이다.

기록이 원인을 찾아준다

언제, 어디에, 어떤 자세로, 얼마나 눴는지를 며칠만 적어보면 패턴이 보인다.

  • 늘 같은 자리인가, 여기저기인가
  • 소변만인가, 대변도인가
  • 사람이 집에 없을 때만인가
  • 시작된 시점에 집에 무슨 변화가 있었나

이 메모는 병원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이 기록에는 남는다.

집사들이 자꾸 묻는 것

우리 집은 한 마리인데 화장실을 왜 두 개나 두냐고 묻는다면, 한 마리여도 두 개가 기준이라고 답하겠다. 소변용과 대변용을 나눠 쓰는 고양이가 실제로 있다.

한 번 실수한 뒤로 계속 그런다는 하소연도 많다. 냄새가 남아 있으면 그 자리를 화장실로 인식한다. 효소 세정제로 제대로 지우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우리도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 실수는 대개 도와달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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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고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다. 화장실 밖 실수가 시작되면 환경을 손보기 전에 수의사에게 몸부터 확인받는 것이 순서다.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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