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화장실 개수와 위치, 이렇게 정해라

망구

몇 해 전, 이 집 화장실이 세탁실 구석에 있던 시절 이야기다. 한창 볼일을 보는데 세탁기가 탈수를 시작했다. 그 덜컹거리는 굉음에 나는 모래도 못 덮고 뛰쳐나왔고, 한동안 그 근처엔 발도 들이지 않았다. 집사가 자리를 옮겨주고서야 평화가 돌아왔다. 화장실 문제는 고양이가 집사에게 보내는 가장 흔한 불만 신호다.

개수는 머릿수 더하기 하나

한 마리면 두 개, 두 마리면 세 개. 국제고양이돌봄협회도 고양이 수만큼에 최소 하나를 더하라고 안내한다.

한 마리인데 왜 두 개냐고 묻는 집사가 많다. 이유가 몇 가지 있다.

  • 소변용과 대변용을 나눠 쓰는 고양이가 실제로 있다
  • 하나가 더러워졌을 때 갈 곳이 남는다
  • 집사가 하루 못 치운 날의 보험이 된다

여러 마리라면 개수는 선택이 아니다. 화장실이 부족하면 힘 관계가 생기고, 약한 쪽이 참는다. 참으면 방광염으로 간다.

한곳에 몰아두면 하나로 친다

이게 가장 흔한 실수다. 화장실 세 개를 베란다에 나란히 놓으면 그건 세 개가 아니라 하나다.

앞의 자료도 집 안 곳곳에 떨어뜨려 놓으라고 안내한다. 이유는 통로에 있다. 한 마리가 그 구역 입구에 앉아 있으면 나머지는 못 간다. 물리적으로 막는 게 아니라 그냥 앉아만 있어도 그렇다. 사람 눈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복층이라면 층마다 하나씩 둔다. 나이 든 고양이에게 계단을 오르내리게 하는 건 생각보다 큰 일이다.

어디에 둘 것인가

앞의 자료가 드는 기준은 이렇다.

  • 조용한 곳. 사람이 북적이는 동선에서 떨어진 자리
  • 밥과 물에서 떨어진 곳. 우리는 본능적으로 먹는 자리와 배설하는 자리를 나눈다
  • 고양이문이나 통유리창 근처는 피한다. 바깥에서 뭔가 보이면 위협으로 느낀다

여기에 내 경험을 하나 더하겠다. 갑자기 소리가 나는 물건 옆은 최악이다. 세탁기, 건조기, 보일러, 로봇청소기 충전 자리. 나는 그 산증인이다.

한 가지 더. 막다른 구석보다 빠져나갈 길이 보이는 자리가 좋다. 볼일을 보는 동안은 무방비 상태라, 도망칠 길이 안 보이면 마음이 급해진다. 벽 세 면이 막힌 구석에 두면 잘 안 쓰는 이유가 이것이다.

크기와 형태

  • 크기: 코끝에서 꼬리 시작점까지 몸길이의 1.5배가 적당하다. 시판 제품 대부분이 다 자란 고양이에게 작다
  • 형태: 코너형이나 타원형보다 사각형이 공간이 넉넉하다
  • 뚜껑: 열린 형태가 대체로 낫다. 덮인 화장실은 사생활을 지켜주는 대신 안에서 무방비하다고 느끼게 만든다. 냄새도 안에 갇힌다
  • 턱 높이: 나이 든 고양이나 관절이 안 좋은 고양이는 입구가 낮은 것으로. 턱을 넘는 것도 일이다

큰 고양이용 화장실이 없다면 정리용 리빙박스 한 면을 잘라 쓰는 집도 있다. 값도 싸고 넓다.

모래 깊이와 청소

  • 깊이는 약 3센티미터를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너무 얕으면 파묻지 못하고, 너무 깊으면 발이 빠지는 느낌을 싫어한다
  • 하루 두 번 이상 치운다
  • 응고형은 2주에서 4주마다, 비응고형은 매주 전체를 간다
  • 통을 갈 때 향이 강한 세제를 쓰지 않는다. 특히 암모니아 계열은 소변 냄새와 비슷해서 오히려 혼란을 준다

자리가 아무리 좋아도 더러우면 거부한다. 이건 예외가 없다.

새 화장실을 놓을 때

  • 기존 것을 치우지 말고 새것을 더한다
  • 며칠 지켜보고 어느 쪽을 쓰는지 본다
  • 자리를 옮겨야 한다면 하루에 조금씩 옮긴다. 한 번에 다른 방으로 옮기면 못 찾는다
  • 모래를 바꿔야 한다면 새 화장실에 새 모래를 담아 나란히 둔다

선택지를 주는 방식이 강요보다 빠르다.

이 모든 걸 지켰는데도 실수한다면

그때는 화장실 문제가 아니다. 방광염, 신장병, 변비, 관절염, 인지장애 같은 몸의 문제가 화장실 거부로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컷이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데 소변이 안 나온다면 한밤중이라도 병원이다.

화장실이 편안한 집에는 조용한 평화가 흐른다. 세탁실 시절의 나를 걸고 보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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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고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다. 환경을 손봤는데도 실수가 이어진다면 수의사에게 몸부터 확인받는 것이 순서다.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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