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처음으로 새끼고양이를 품에 안아본 참인가? 이동장 안에서 들리는 가느다란 울음소리에 벌써 마음이 무너졌을지도 모르겠구나. 축하부터 하마. 그리고 부탁도 하나 하마. 오늘 하루만큼은 그 벅찬 마음을 조금 눌러두렴. 첫날의 어린 고양이에게 필요한 건 뜨거운 환영이 아니라 조용한 배려란다. 이 집에서 열세 해를 산 늙은 고양이가 순서대로 일러주마.
온 집이 아니라 방 하나부터
처음부터 온 집에 풀어놓으면 어린 것은 그 넓이에 짓눌린단다. 작은 방 하나에 밥, 물, 화장실, 숨을 곳을 모두 넣어주고 거기서 시작하게 해라. 낯선 세상 한가운데에 제 냄새가 밴 안전한 기지가 하나 생기는 셈이지. 스스로 문지방을 넘을 마음이 들 때까지, 세상은 그 방 하나면 충분하다.
안고 싶어도 참아라
첫날 가장 어려운 일이 이거다. 쫓아다니지 말고, 들어 올리지 말고, 새로 지은 이름을 백 번 부르지도 마라. 스스로 나와서 냄새 맡을 시간을 줘야 한단다. 바닥에 앉아 손을 낮게 내밀고 기다리면 결국 제 발로 다가온다. 고양이의 신뢰는 언제나 고양이 쪽에서 먼저 걸어오는 법이거든. 같은 이유로, 자랑하고 싶어도 손님은 첫날 부르지 않는 게 좋단다. 낯선 손이 많아질수록 아이의 첫날은 길고 무서워지니까.
밥자리와 화장실은 직접 보여줘라
요란할 것 없이 안내만 해주면 된다. 밥그릇이 여기 있고 화장실이 저기 있다는 것만 조용히 알려줘라. 못 찾으면 엉뚱한 곳에 실수할 수 있으니까. 처음 며칠은 잘 먹고 잘 싸는지만 지켜봐도 집사 노릇으로 충분하단다.
숨어서 안 나오는데 괜찮은 걸까
대개는 괜찮다. 첫날 밥을 안 먹거나 침대 밑에서 안 나오는 건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신중해서란다. 다만 선이 있다. 하루를 넘겨 아예 먹지 않거나 눈에 띄게 축 처져 있으면, 그건 기다릴 일이 아니라 동물병원에 보일 일이다.
레오의 첫날이 그랬다
작년에 온 우리 막내 레오도 첫날엔 구석에서 덜덜 떨기만 했단다. 지금이야 새벽마다 온 집을 뒤집는 사고뭉치지만, 그때는 작은 방에서 사흘을 보내고서야 거실에 코끝을 내밀었지. 나는 문틈으로 냄새만 주고받으며 기다렸다. 그렇게 서로의 냄새가 익숙해지고 나서야 우리는 식구가 됐다.
첫날의 어색함은 병이 아니라 과정이란다. 서두르지만 않으면 나머지는 시간이 다 해준다.
출처
- International Cat Care (icatcare.org), “Settling a new kitten or cat into your home”
- ASPCA, “General Cat Care”
- Cornell Feline Health Center, “Bringing a New Cat Home”
일반적인 안내를 담은 글이니, 아이 상태가 걱정될 땐 수의사의 판단을 먼저 구하렴.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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