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망구다. 조용한 걸 좋아하는 늙은이라, 종일 재잘대는 친구를 보면 되레 감탄이 나온다. 샴 고양이가 딱 그렇지. 말 많기로 이만한 친구가 또 없거든.
포인트 무늬는 온도가 만든다
샴의 트레이드마크는 강렬한 푸른 눈과 포인트 무늬다. 얼굴, 귀, 발, 꼬리처럼 몸의 끝부분만 색이 진하게 물든다.
이건 색소를 만드는 효소가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체온이 높은 몸통에서는 효소가 잘 작동하지 못해 색이 옅게 남고, 상대적으로 서늘한 귀와 발끝, 꼬리에서는 색소가 제대로 만들어져 진해진다. 코와 귀가 몸에서 가장 차가운 부위라는 걸 떠올리면 왜 하필 그 자리인지 이해가 된다.
여기서 재미있는 일들이 따라온다.
- 새끼는 태어날 때 거의 흰색이다. 어미 배 속은 따뜻해서 색소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태어난 뒤 몇 주에 걸쳐 끝부분부터 색이 올라온다
- 나이가 들수록 전체적으로 색이 짙어진다. 체온 유지가 예전 같지 않아서다
- 추운 곳에서 지내면 색이 더 진해지고, 따뜻한 곳에서 지내면 옅어진다
- 수술로 털을 밀면 그 자리가 서늘해져 새로 나는 털이 진하게 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 대개 원래대로 돌아온다
푸른 눈도 같은 유전 요인과 얽혀 있다. 이 계열의 색소 특성이 눈의 색까지 함께 결정한다.
종일 말을 거는 친구
샴은 울음소리가 크고 잦기로 유명하다. 배가 고파도, 심심해도, 그저 대화가 하고 싶어도 운다. 집사를 졸졸 따라다니며 쉴 새 없이 말을 건다.
소리 자체도 특징이 있다. 낮고 굵으며 길게 이어져서, 처음 듣는 사람은 아기 울음소리로 착각하기도 한다.
이건 성격 문제가 아니라 이 품종의 기질이다. 조용한 집을 원하는 사람, 벽이 얇은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 볼 일이다. 나중에 조용히 시킬 방법을 찾는 것보다, 들이기 전에 감당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편이 서로에게 낫다.
사람에게 붙는 성격
샴은 애정이 넘치고 영리하다. 그만큼 혼자 오래 두면 힘들어한다. 집을 오래 비우는 생활이라면 맞지 않는 품종이다.
- 하루 두 번, 제대로 된 놀이 시간을 정해둔다
- 퍼즐 급식기나 노즈워크로 머리 쓸 거리를 준다
- 높은 곳과 창가 자리를 만들어준다
- 클리커 훈련처럼 배우는 놀이를 좋아하는 편이다
- 온종일 집이 비는 생활이라면 동무를 고려한다
이 품종에서 알아둘 건강 문제
품종마다 잘 나타나는 문제가 있다. 샴 계열에서 이야기되는 것들은 이렇다.
- 눈: 사시가 나타나는 개체가 있고, 진행성 망막 위축이 알려져 있다
- 치아와 잇몸: 치주 질환이 비교적 흔하게 언급된다
- 호흡기: 어릴 때 상부 호흡기 감염에 약한 경우가 있다
- 체중: 마른 체형이라 살이 찌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체형보다 저울과 손끝으로 확인하는 편이 낫다
- 심장: 심근비대증은 품종을 가리지 않는 문제라 정기 검진이 기본이다
들이기 전에 브리더에게 부모의 건강 검사 이력을 묻는 것이 좋다. 답을 못 하거나 얼버무린다면 그것 자체가 답이다.
울음이 갑자기 달라졌다면
말이 많은 품종이라 넘기기 쉬운데, 평소와 달라진 울음은 신호일 수 있다.
- 밤중에만 유난히 크게 운다. 노묘라면 인지장애나 갑상선기능항진증에서 나타난다
- 화장실에서 힘을 주며 운다. 배뇨 문제일 수 있어 서둘러야 한다
- 만질 때 운다
- 목소리가 쉬거나 소리가 잘 안 나온다
- 평소 수다스럽던 아이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마지막 항목이 특히 중요하다. 조용해진 게 철든 게 아니라 아픈 것일 수 있다. 우리는 아프면 말수부터 줄인다.
집사들이 자꾸 묻는 것
울음을 줄이는 방법을 묻는다면, 우선 왜 우는지부터 나눠보라고 답하겠다. 요구해서 우는 경우라면 울 때 반응하지 않고 조용할 때 챙겨주는 쪽으로 바꾼다. 심심해서 우는 경우라면 놀이와 자극이 답이다. 불안해서 우는 경우라면 환경부터 손봐야 한다.
혼내면 어떠냐고 묻는 사람도 있는데, 혼내는 것도 반응이라 대개 더 운다.
말이 많다고 타박할 일은 아니다. 저 친구들에게 그건 대화를 걸고 있는 것이니까. 나는 조용한 쪽이지만, 종일 말을 거는 삶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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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International Cat Care, Colourpoint
- VCA Animal Hospitals, Colorpoint Shorthair
- VCA Animal Hospitals, Recognizing the Signs of Illness in Cats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고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다. 울음이나 행동이 평소와 달라졌다면 수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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