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여덟 시, 부엌에서 사각사각 소리가 난다. 고개를 들어 보니 레오가 밥그릇 옆 마룻바닥을 앞발로 박박 긁고 있다. 그릇에는 사료가 반쯤 남았고, 녀석은 있지도 않은 모래를 끼얹는 시늉에 한창이다. 집사가 “거기 모래 없는데” 하며 웃었지만 레오는 자못 진지하다. 말은 안 했지만, 나도 젊을 적엔 꼭 저랬다.
모래도 없는데 왜 덮는 시늉일까
누가 가르쳐서 하는 짓이 아니다. 몸에 새겨진 본능이 시키는 일이지. 야생에서 사는 고양이의 친척들은 먹다 남긴 먹이를 흙이나 낙엽으로 덮어 감추는 습성이 있다. 집 안에는 흙도 낙엽도 없지만 발은 옛날 방식을 기억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반들반들한 마룻바닥이든 타일이든, 일단 긁고 보는 거다.
냄새를 감추려는 오랜 경계심
먹이를 덮는 첫째 이유는 냄새다. 남은 먹이의 냄새를 가려두면 그걸 노리는 다른 짐승이 찾아오지 못한다. 밥그릇을 노리는 짐승이라곤 서로밖에 없는 우리 집에서도 그 오랜 경계심은 꺼지지 않는다. 본능이란 그런 거다. 필요가 없어져도 몸이 먼저 움직인다. 레오가 태어나 지금껏 흙 한 줌 밟아본 적 없는 집고양이라는 걸 생각하면, 그 발끝에 남아 있는 야생이 새삼 신통하다.
나중에 다시 먹으려는 계산
둘째 이유는 저장이다. 감춰둔 먹이는 배가 고플 때 돌아와 마저 먹을 수 있으니까. 말하자면 저만의 냉장고에 넣어두는 이치다. 고백하자면 나도 젊을 적, 다 못 먹은 간식 위로 근처 담요 자락을 끌어다 덮으려고 낑낑댄 적이 있다. 집사는 십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그 이야기를 꺼내며 웃는다.
“이건 별로야”라는 뜻일 때도 있다
한편 어떤 고양이는 사료가 입에 맞지 않거나 배가 이미 부를 때 이런 시늉을 하기도 한다. “이건 치워두게” 하는 의사 표시인 셈이다. 화가 났다거나 밥투정을 하겠다는 선언은 아니니 너무 마음 졸일 일은 아니다.
그래도 하나만 지켜봐야 한다
이 행동 자체는 자연스러운 것이라 나무랄 까닭이 전혀 없다. 다만 덮는 시늉과 함께 밥을 거의 입에 대지 않거나 평소와 달리 식욕이 뚝 떨어졌다면, 그때는 행동이 아니라 몸을 살필 차례다. 레오는 워낙 잘 먹는 녀석이라 나는 그저 귀여운 버릇으로 여기고 곁눈질로 지켜본다. 바닥 긁는 소리가 좀 시끄럽긴 하다만, 본능이 하는 일에 시비를 걸 수야 없지.
- 망구
출처
- ASPCA, 고양이 식습관과 본능적 행동
- International Cat Care (icatcare.org), 고양이의 자연스러운 행동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