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의 한낮, 더위에 늘어져 있던 나는 곁에 앉은 집사의 손등을 까끌한 혀로 쓱 핥는다. 집사는 간지럽다며 웃지만, 이건 그저 심심풀이가 아니다. 우리가 사람을 핥는 데에는 오래된 까닭이 여럿 겹쳐 있다.
먼저, 핥는다는 건 네가 내 식구라는 표시다. 고양이는 한 무리끼리 서로 몸을 핥아 주는 습성이 있는데, 사람들은 이걸 알로그루밍이라 부르더구나. 본디 어미가 새끼를 정성껏 핥아 돌보던 행동이, 자란 뒤에도 ‘너는 나와 같은 무리야’ 하는 인사로 남았다. 그러니 내가 네 손등을 핥는다면, 나는 이미 오래전에 너를 내 식구로 받아들인 것이다.
또한 핥는 일은 냄새를 나누는 일이기도 하다. 서로의 몸을 핥으면 각자의 냄새가 섞여 무리 전체가 비슷한 체취를 갖게 된다. 그 익숙한 냄새 속에서 우리는 마음을 놓는다. 나처럼 나이 든 고양이일수록 낯선 것보다 익숙한 것에서 안정을 얻는데, 오래 밴 집사의 냄새는 그중에서도 가장 편안한 것이다. 핥고 나면 나도, 너도 한결 느긋해지는 셈이지.
솔직히 털어놓자면 순전히 다정함만은 아닐 때도 있다. 여름날 땀이 밴 손이나 로션을 바른 살갗은 은근히 짭짤하고 향이 흥미로워서, 그 맛에 이끌려 핥기도 한다. 이것까지 굳이 애정으로 포장할 생각은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마음에 새겨 두렴. 핥는 일이 지나치게 잦거나, 제 몸의 한 곳만 계속 핥아 그 자리 털이 빠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건 애정이 아니라 스트레스나 피부 문제가 보내는 신호일 수 있으니, 그럴 땐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말고 살펴봐 주어야 한다.
그러니 다음에 내가 곁에 다가와 네 손을 핥거든, 귀찮다 밀어내지 말고 잠시 가만히 있어 주게. 그건 열세 해를 함께 산 이 어르신이 건네는, 말 없는 사랑의 인사니까.
- 망구
참고한 자료: International Cat Care(icatcare.org)의 고양이 그루밍과 사회적 행동 자료, 그리고 Cornell Feline Health Center의 고양이 행동 일반 정보.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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