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이던가, 이가 시원찮아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다. 진료실에서 나온 집사가 계산대 앞에서 잠깐 숨을 고르던 모습을 기억한다.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게 나를 쓰다듬으며 말했지. “괜찮아, 이러려고 모아둔 거야.” 그 말이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른다. 고양이와 사는 일에는 돈이 든다. 낭만을 깎아내리려는 게 아니라, 그 낭만을 오래 지키려면 계산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달이 나가는 돈
사료, 모래, 간식, 화장실 용품 같은 소모품이 매달 나간다. 한 마리 기준 보통 몇만 원대가 꾸준히 든다고 보면 된다. 자동급식기나 정수기를 쓴다면 필터 값도 잊지 마라. 참고로 레오가 온 뒤 우리 집 모래 포대가 줄어드는 속도는 정확히 두 배가 됐다.
해마다 돌아오는 병원비
매년 건강검진과 예방접종, 구충이 필요하다. 중성화 수술은 초기에 한 번 들어가는 목돈이고.
예고 없이 찾아오는 큰돈
나처럼 나이가 들면 신장, 치아, 관절 문제로 검사비와 치료비가 늘어난다.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사고에는 수십만 원에서 그 이상이 들 수도 있다. 그래서 비상금이나 펫보험을 권한다. 우리 집사의 “이러려고 모아둔 거야”가 바로 그거다. 검사와 치료를 어디까지 할지는 그때그때 수의사와 머리를 맞대고 정하면 된다.
한 달이 아니라 십오 년
우리는 평균 15년 안팎을 함께 산다. 이번 달 사료값이 아니라 15년 치 살림을 놓고 계산해보고 결정해라. 그 계산을 다 마치고도 웃으면서 데려오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진짜 집사다.
출처
- ASPCA, “Cutting Pet Care Costs / Pet Care Costs”
- International Cat Care (icatcare.org), “The cost of owning a cat”
- VCA Animal Hospitals, “Routine Veterinary Care for Cats”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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