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레오가 또 사고를 쳤다. 새벽 세 시에 커튼을 타고 오르다 발을 헛디뎌 화분 하나를 뒤엎었지. 흙이 거실 바닥에 죄 흩어졌는데도 그 녀석은 시치미를 뚝 떼고 나를 돌아보더구나. 나는 책장 꼭대기 내 왕좌에서 그 소동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문득 웃음이 났다. 저 극성맞은 막내나, 이제는 뛰는 것도 귀찮은 나나, 따지고 보면 똑같은 ‘코리안 숏헤어’라는 걸 사람들은 잘 모른단 말이지.
집사가 나를 길에서 데려온 게 벌써 십수 년 전이다. 얼굴 한쪽에 카레라도 잘못 묻은 듯한 주황 얼룩, 이게 내 트레이드마크지. 어디 혈통서 한 장 없는 몸이지만, 그래서 더 할 말이 많은 친구들 이야기를 해보마.
코숏은 사실 정식 품종이 아니란다
먼저 솔직히 털어놓으마. 코숏은 혈통 등록된 정식 품종이라기보다, 한국에 사는 토종 단모종 집고양이를 두루 부르는 이름이다. 외국에서 ‘도메스틱 숏헤어’라 부르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지. 정해진 표준이 없으니 털색도 무늬도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란다. 새까만 녀석, 회색 줄무늬, 나처럼 흰 바탕에 주황을 뒤집어쓴 녀석까지, 골목마다 제 나름의 옷을 입고 산다.
그러니 누가 “네 고양이는 무슨 종이냐” 물으면 당당히 코숏이라 답해도 좋다. 흔하다고 흔한 게 아니거든. 저마다 세상에 하나뿐인 무늬를 지녔으니 말이다.
왜 나는 이 흔한 친구들이 좋은가
특정 품종처럼 한 가지 유전병에 쏠려 있지 않은 덕에, 코숏은 대체로 튼튼하고 잔병치레가 적은 편이라고들 한다. 환경 적응력도 좋고 사냥 본능도 여태 살아 있지. 내가 곧 열세 살, 사람으로 치면 예순 후반의 노인인데도 이만큼 정정하게 집사 발치를 지키고 있는 걸 보렴.
성격은 또 어찌나 제각각인지. 나처럼 하루 대부분을 졸며 보내는 점잖은 늙은이도 있고, 레오처럼 새벽마다 우다다를 뛰는 사고뭉치도 있다. 한 마디로 묶이지 않는 게 이 친구들의 진짜 매력이란다.
흔한 만큼 보호소나 길 위에서 가족을 기다리는 코숏이 참 많다. 품종서 한 장보다 눈이 맞는 인연 하나가 훨씬 값진 법이지. 혹여 함께 살다 어딘가 아파 보이거든 미루지 말고 수의사에게 데려가거라. 튼튼한 녀석들이라도 나이가 들면 어디 한 군데씩 삐걱대기 마련이니.
참고한 자료: International Cat Care(icatcare.org)의 ‘Domestic cats / Moggies’, ASPCA의 ‘General Cat Care’, 그리고 Cornell University의 Cornell Feline Health Center.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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