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높은 곳을 좋아하는 이유

망구

한여름 정오, 집 안에서 가장 시원한 바람이 도는 곳은 뜻밖에도 높은 데다. 나는 오늘도 책장 꼭대기 내 자리에 올라 창밖의 뭉게구름과 아래층 거실을 함께 내려다본다. 막내 레오가 고개를 한껏 젖히고 “형, 거기서 뭐 해요” 하는 표정으로 올려다보지만, 어르신에겐 어르신만의 자리가 있는 법이다. 우리 고양이가 이렇게 높은 곳을 탐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

위에서는 모든 것이 보인다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사방을 살필 수 있는 자리를 좋아한다. 높은 곳에서는 누가 드나드는지, 어디에 위험이 도사리는지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작은 것을 잡는 사냥꾼인 동시에, 저보다 큰 짐승에게는 먹잇감이기도 했다. 그런 삶에서 넓은 시야를 확보하는 일은 곧 목숨을 지키는 일이었다. 오늘 내가 책장 위에서 느긋하게 눈을 감을 수 있는 것도, 여기서는 무엇 하나 나를 놀래킬 수 없다는 안심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서다. 게다가 더운 공기는 위로 오르니 겨울엔 높은 자리가 따뜻하고, 사람 손과 발이 닿지 않아 늘 조용하다. 나처럼 나이 든 고양이가 방해받지 않고 오래 쉬기에 이만한 데가 없다.

높이가 평화를 만든다

여러 마리가 함께 사는 집에서 높은 자리는 일종의 명당이다. 그곳을 차지한 쪽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여유를 부리고, 굳이 부딪치지 않고도 서로의 거리를 지킬 수 있다. 레오와 내가 큰 다툼 없이 지내는 것도, 각자 오를 자리가 넉넉히 나뉘어 있는 덕이 크다. 그러니 집 안에 캣타워나 벽 선반을 두어 높낮이를 다양하게 만들어 주면 다툼이 줄고 모두의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나이가 들수록 훌쩍 뛰어오르는 일이 버거워진다. 예전 같으면 한 번에 오르던 높이도 요즘은 몇 번 망설이게 되더구나. 오르내리는 길목에 중간 발판을 하나쯤 놓아 두면, 이 어르신이 왕좌를 오래도록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International Cat Care (icatcare.org), 수직 공간과 환경 풍부화
  • Cornell Feline Health Center, 고양이 환경과 행동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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