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 삼색이도 여자애네.” 집사가 동네 고양이들을 훑어보며 무심코 던진 말이다. 그 말이 맞다. 삼색이는 거의 다 암컷이고, 치즈는 수컷이 많거든. 우연이 아니라 다 까닭이 있는 일이지. 우리 집 막내 레오가 들으면 눈만 껌뻑일 이야기를, 이 늙은이가 차분히 풀어주마.
비밀은 X 염색체에 있다
열쇠는 X 염색체가 쥐고 있다. 검정색 계열과 주황(치즈)색 계열을 만드는 유전자가 바로 이 X 염색체에 얹혀 있거든. 그런데 암컷은 X를 두 개(XX), 수컷은 하나(XY) 가진다. 털색의 운명이 여기서 갈리는 게지.
삼색이가 거의 암컷인 까닭
검정과 주황을 한 몸에 동시에 드러내려면 X가 두 개는 있어야 한다. 그러니 검정, 주황, 흰색이 어우러진 삼색이(칼리코)나 거북등무늬는 거의 다 암컷일 수밖에 없지. 간혹 수컷 삼색이가 나오기도 하나, 이는 아주 드문 유전적 예외라 참으로 귀한 몸이란다.
치즈태비에 수컷이 많은 까닭
거꾸로 주황색은 X가 하나만 있어도 곧잘 나타난다. 그래서 X가 하나뿐인 수컷에게서 더 자주 보이고, 자연히 치즈태비는 수컷 비율이 높은 편이지. 물론 암컷 치즈도 얼마든지 있단다. 내 얼굴에 잘못 묻은 카레 같은 이 주황 얼룩도, 따지고 보면 그 주황 유전자가 부린 장난이려나.
털색으로 성격을 점치지 마라
그러니 기억해 두렴. 털색은 성격이 아니라 유전과 성염색체가 정하는 것이다. “삼색이는 도도하다” 같은 말은 그저 떠도는 속설일 뿐, 과학적 근거는 영 빈약하지. 겉모습만 보고 그 아이의 마음을 함부로 단정 짓지 말라는 게, 오래 살아본 이 늙은이의 당부란다.
출처
- Scientific American, “How Do Cats Get Their Coat Colors and Patterns?”
- International Cat Care (icatcare.org), “Cat coat colour and genetics”
- Cornell Feline Health Center, Cornell University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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