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오후, 볕이 잘 드는 창가에 페르시안 한 마리가 늘어져 있는 모습을 떠올려 보렴. 구름처럼 부푼 긴 털, 납작하고 둥근 얼굴, 반쯤 감긴 눈. 손끝 하나 까딱 않고 그저 우아하게 오후를 흘려보내는 그 자태란. 고양이계의 귀족이라 불릴 만하지. 다만 그 우아함 뒤에는 집사의 부지런한 손이 숨어 있단다.
하루도 거를 수 없는 빗질
페르시안의 길고 풍성한 이중모는 하루만 손을 놓아도 금세 엉킨다. 한번 엉킨 털은 피부 질환을 부르고, 그루밍하다 삼키면 헤어볼로 되돌아오지. 그래서 이 친구에게 빗질은 선택이 아니라 매일 치러야 할 의식이다. 여기에 정기적인 목욕까지 곁들이면 좋다. 게으름을 피웠다간 그 고운 털이 며칠 만에 떡이 되고 마니, 단단히 각오해야 할 대목이란다.
납작한 얼굴이 치르는 대가
페르시안 특유의 납작한 얼굴, 이른바 단두종의 생김새에는 그늘도 있다. 눈물길이 좁아 눈물 자국이 잘 지고, 눈가가 늘 촉촉해지기 쉽지. 그래서 눈 주변을 매일 닦아주어야 한다. 게다가 코가 짧은 탓에 호흡이 거칠어지거나 더위에 약할 수 있으니, 지금처럼 푹푹 찌는 여름엔 서늘한 자리를 꼭 마련해 주거라.
서두르지 않는 성품
페르시안은 활발하기보다 조용하고 느긋하다. 높은 데를 향해 겁 없이 뛰어오르는 우리 집 레오와는 아주 딴판이지. 이 친구는 그저 푹신한 방석에 몸을 묻고 하루를 음미하는 쪽을 좋아한다. 소란스럽지 않은 집과 잘 맞으니, 어딘가 나이 든 나와도 통하는 기질이라 마음이 간다.
들이기 전 스스로에게 물어라
무엇보다 이 매일의 수고를 감당할 수 있는지 먼저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눈도 코도 치아도 모두 단두종이 약한 부위이니, 이상이 보이거든 미루지 말고 수의사를 찾거라. 우아함이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거든.
- 망구
참고 자료
- CFA Breed Profile, “Persian”
- TICA 품종 표준, “Persian”
- International Cat Care (icatcare.org), “Persian”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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