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고양이와 사는 법, 노령묘 돌봄 체크리스트

망구

젊을 적엔 냉장고 위까지 단숨에 올랐다. 책장 꼭대기 왕좌쯤은 도움닫기도 필요 없었지. 그런데 언제부턴가 뛰기 전에 거리를 한참 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곧 열세 살, 사람으로 치면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니 당연한 일이다. 늙는 건 서러운 게 아니라, 돌봄의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신호일 뿐이다. 나 같은 어르신 고양이와 사는 집사를 위해 정리해 봤다.

몸이 보내는 신호들

나이가 들면 활동이 줄고, 점프를 망설이고, 잠이 늘고, 그루밍이 소홀해져 털이 푸석해질 수 있다. 체중이 늘거나 빠지는 것, 물을 부쩍 많이 마시는 것도 중요한 신호다. ‘나이 탓이겠지’ 하고 넘기지 말고 적어두는 게 좋다.

왜 기록까지 해야 하냐고?

노령묘에게 흔한 신장병, 갑상선 항진증, 관절염, 치아 질환은 일찍 알수록 관리가 쉽기 때문이다.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몸속은 다를 수 있다. 우리는 아픈 티를 잘 안 내는 동물이거든.

검진은 거르지 않는다

7세 이상부터는 1년에 한 번, 더 나이가 들면 반년에 한 번쯤 건강검진을 권한다. 혈액·소변 검사는 겉으로 안 보이는 변화를 잡아낸다. 예방접종과 구강 관리도 마찬가지로 챙길 것.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다음 검진까지 기다리지 말고 그때그때 수의사와 상의하는 편이 낫다.

집을 어르신 맞춤으로 다듬어라

높은 곳엔 계단이나 발판을, 화장실은 턱이 낮아 드나들기 쉬운 것으로, 잠자리는 따뜻하고 푹신하게. 관절이 뻣뻣하니 미끄럽지 않은 바닥이면 더 좋다. 밥과 물은 가깝고 조용한 곳에 두면 잘 먹는단다.

요즘 나는 집사가 놓아준 발판을 딛고 왕좌에 오른다. 자존심이 상하지 않느냐고? 천만에. 오르는 방법이 달라졌을 뿐, 왕좌는 여전히 내 것이다.

참고한 자료: AAFP/AAHA의 고양이 생애단계 가이드라인(feline life stage / senior care guidelines), Cornell Feline Health Center의 노령묘 건강관리 자료.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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