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스트레스를 얼굴에 쓰지 않는다. 사람처럼 한숨을 쉬거나 인상을 구기지 않으니, 겉만 봐서는 속이 편한지 불편한지 알 길이 없다. 대신 우리는 행동으로 흘린다. 그것도 아주 조금씩. 그래서 고양이의 스트레스는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평소와 무엇이 다르냐’로 읽어야 한다.
겉으로 새어 나오는 작은 신호들
스트레스를 받으면 평소보다 자주, 오래 숨는다. 식욕이 줄기도 하고, 그루밍을 지나치게 해서 털을 상하게 하거나 반대로 아예 손을 놓기도 한다. 화장실 밖에 실수를 하고, 갑자기 예민해져 으르렁대기도 하지. 움직임이 줄어 늘 자던 자리에서만 지내려 할 수도 있다. 하나하나 떼어보면 사소하지만, ‘어제와 다르다’는 점이 여럿 겹치면 그건 신호다.
무엇이 우리를 흔드는가
가장 큰 원인은 환경의 변화다. 이사, 새 식구나 새 동물, 가구 배치 변화, 큰 소음, 화장실이나 밥자리가 바뀌는 것. 우리는 예측 가능하고 안정된 생활을 사랑하는 동물이라, 사람에게는 사소한 변화가 우리에게는 지진처럼 느껴진다. 언젠가 집사가 대청소를 한다며 하루 만에 온 집의 가구를 옮긴 적이 있는데, 나는 사흘쯤 책장 꼭대기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내 왕좌에 앉아 세상이 제자리를 찾기를 기다린 거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환경 만들기
몸을 숨길 은신처와 높은 곳의 쉼터를 마련해 주는 게 먼저다. 화장실과 밥그릇, 물그릇은 조용하고 안정된 자리에 넉넉히 두고. 사냥 본능을 풀어낼 놀이 시간을 규칙적으로 갖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변화가 꼭 필요하다면 한꺼번에 말고 천천히. 새 물건 하나, 새 자리 하나씩 늘려가면 우리도 그럭저럭 적응해 낸다.
스트레스처럼 보이지만 아닐 때
마지막으로 중요한 이야기. 숨고, 안 먹고, 움직임이 주는 이런 변화는 스트레스가 아니라 통증이나 질병의 신호일 수도 있다. 겉모습만으로는 구별이 어렵다. 그러니 변화가 오래간다면 마음의 문제로 단정하기 전에 수의사에게 몸부터 확인받는 것이 안전한 순서다. 몸이 멀쩡하다는 걸 확인한 다음에 마음을 돌봐도 늦지 않다.
고양이의 ‘평소’를 아는 사람은 함께 사는 집사뿐이다. 그 평소와의 작은 어긋남을 알아채는 눈이, 우리에게는 가장 든든한 보험이다.
출처 — International Cat Care (icatcare.org), 고양이 스트레스와 환경 풍부화 · Cornell Feline Health Center, 행동과 스트레스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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