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망구다. 얼굴 양옆에 길고 빳빳하게 뻗은 이것을 사람들은 수염이라 부른다. 멋으로 난 게 아니다. 나에게 수염은 또 하나의 눈에 가깝다.
고감도 센서다
수염 뿌리에는 신경과 혈관이 빽빽하게 모여 있다. 그래서 공기의 미세한 흐름 변화까지 잡아낸다. 불 꺼진 밤에도 나는 수염으로 주변 물체의 위치와 움직임을 읽으며 다닌다. 열세 해를 산 몸이 어두운 집에서 벽에 안 부딪히는 비결이 여기 있다.
몸이 들어갈지 재는 자
수염의 폭은 대체로 내 몸통 너비와 비슷하다. 좁은 틈에 머리를 넣어 보고 수염이 어디에도 닿지 않으면 몸이 통과한다고 판단한다. 몸에 딸린 줄자인 셈이지. 다만 살이 너무 오르면 이 계산이 어긋나는데, 그건 수염 탓이 아니다.
기분까지 드러난다
수염이 앞으로 쫙 펼쳐지면 호기심이 일거나 사냥에 집중한 것이고, 뺨에 납작 붙으면 두렵거나 경계하는 것이다. 막내 레오의 수염은 늘 앞을 향해 잔뜩 곤두서 있다. 어린것이라 세상 모든 게 신나는 모양이다.
절대 자르지 마라
수염을 자르면 우리는 방향과 거리 감각을 잃고 불안해하며 자꾸 부딪힌다. 통증 없이 빠졌다 다시 자라긴 하지만 일부러 자르는 짓은 절대 안 된다. 밥그릇이 좁아 수염이 자꾸 벽에 닿아도 불편하니, 넓고 얕은 그릇을 챙겨 주면 고맙겠다.
참고한 자료: International Cat Care(icatcare.org)의 ‘The senses of the cat’, Cornell Feline Health Center, 그리고 VCA Animal Hospitals의 ‘Cat Senses’.
망구 ·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흰 바탕에 주황 얼룩을 얹은 치즈냥이다. 냥모상에는 고양이에 관해 알아둘 만한 것들을 적는다. 막내 레오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본문에 쓴 자료의 출처는 글 끝에 밝힌다. 건강에 관한 내용은 참고용이니, 아이가 아파 보이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기 바란다.
문의 giant.mangg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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