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마음과 행동

  • 새벽녘 온 집을 내달리는 우다다의 비밀

    새벽 네 시. 쿵, 다다다다, 쿵. 막내 레오가 또 시작이다. 복도 끝에서 거실까지, 커튼을 타고, 소파를 밟고. 집사는 이불 속에서 신음하고, 나는 한쪽 눈만 슬쩍 뜨고 도로 감는다. 젊을 적엔 나도 저랬으니 뭐라 할 처지가 아니다.

    사람들이 ‘우다다’, 영어로는 zoomies라 부르는 저 질주에는 다 까닭이 있다. 본디 고양이는 짧고 강하게 사냥하는 동물이다. 집 안에서는 사냥할 일이 없으니 기운이 자꾸 쌓이고, 그게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이 우다다다. 낮에 실컷 자두었다가 밤에 폭발하는 셈이니 레오만 탓할 일은 아니다.

    화장실에 다녀온 직후에 내달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야생에서는 배변하는 순간이 냄새로 위치가 드러나는 위험한 때라, 볼일을 마치면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나던 본능이 남은 것이다. 장난감을 쫓고 벽을 타는 우다다는 사냥 흉내이기도 하다. 건강하고 활기차다는 증거이니 오히려 반가운 일이다. 나는 이제 나이가 들어 잘 뛰지 않는다. 세월이 그렇게 만든다.

    집사에게 한 가지만 일러두마. 낮에 깃털 장난감으로 삼십 분만 제대로 놀아주면 새벽 우다다가 눈에 띄게 준다. 노느라 기운을 빼면 밤에 깊이 잠들기 때문이다. 우리 집도 그날 저녁 레오와 한바탕 놀아준 날은 새벽이 조용하다.

    망구

    참고한 자료: ASPCA “Cat Behavior, Activity and Play”, International Cat Care(icatcare.org) “Playing with your cat”, Cornell Feline Health Center.

  • 앞발로 꾹꾹, 그 다정한 손길에 담긴 뜻

    망구

    나는 망구다. 올해로 곧 열세 살, 사람으로 치면 예순여덟쯤 되는 나이다. 얼굴 한쪽에 카레라도 잘못 묻은 듯한 주황 얼룩을 달고 산다. 요즘 막내 레오가 밤마다 담요를 앞발로 꾹꾹 누르는 걸 보고 있자니, 나도 젊었을 적 그러던 게 떠올라 한마디 적어둔다.

    젖 먹던 시절의 손버릇

    이 꾹꾹이는 젖 먹던 시절의 본능이다. 아기 고양이는 어미 젖을 먹을 때 앞발로 가슴을 꾹꾹 눌러 젖이 잘 돌게 한다. 그 기억이 몸에 남아, 마음이 편하고 안정될 때면 저도 모르게 그 동작이 다시 나오는 것이다. 레오를 보면 영락없이 그 시절 나와 똑같다.

    지금 더없이 평온하다는 뜻

    다 자란 고양이가 꾹꾹이를 한다는 건 지금 무척 편안하고 만족스럽다는 신호다. 어미 곁에서 느끼던 그 포근함을, 담요에서, 집사의 무릎에서 다시 느끼는 셈이다. 집사 배 위에 올라가 꾹꾹거린다면 그를 안전한 식구로 여긴다는 뜻이니, 그건 제법 귀한 마음이다.

    슬그머니 도장도 찍는다

    우리 발바닥에는 냄새샘이 있어, 꾹꾹이를 하며 제 냄새를 슬쩍 묻혀둔다. “여기는 내 자리”라는 표시인 셈이다. 레오 녀석이 가끔 내 자리에 와서 그러는데, 모른 척 자리를 내어준다.

    발톱은 너그러이 봐주길

    신이 나면 발톱이 삐죽 나와 따끔할 때가 있다. 그래도 나무라지는 말아라. 두꺼운 담요를 깔아주거나 발톱을 다듬어주면 될 일이다. 꾹꾹이는 그저 우리가 건강하고 행복하다는 다정한 신호일 뿐이다.


    출처
    – International Cat Care (icatcare.org), “Understanding your cat’s behaviour”
    – Cornell Feline Health Center, Cornell University, “Feline Behavior”
    – ASPCA, “Cat Behavior”

  • 내가 골골거리는 건 그냥 기분 좋아서가 아니다, 망구의 골골송 이야기

    망구

    나는 망구다. 13년을 살았으니 골골송에 대해선 내가 좀 안다. 집사는 내가 “그르르르” 하면 무조건 기분이 좋은 줄 안다. 절반만 맞다.

    이 소리, 어떻게 내는지 아나

    골골송은 목청이 아니라 후두 근육의 빠른 떨림에서 나온다. 뇌가 1초에 스무 번 넘게 신호를 보내면, 들이쉴 때도 내쉴 때도 끊김 없이 진동이 난다. 주파수로 치면 대략 25~150헤르츠. 우리 몸에 내장된 작은 발전기 같은 거다.

    첫째, 그래 기분이 좋다

    쓰다듬어 줄 때, 따뜻한 자리에서 졸 때, 식구 곁이 편안할 때 나는 골골거린다. “지금 나는 안전하고 좋다”는 뜻이다. 위 그림처럼 배를 까고 누웠다면 최고로 편하다는 신호다. 함부로 만지지는 마라.

    둘째, 스스로를 달랠 때도 낸다

    집사들이 잘 모르는 게 있다. 우리는 아프거나 불안할 때도 골골거린다. 기분이 좋아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진정시키려는 거다. 흥미로운 건, 골골송의 주된 주파수(25·50헤르츠)가 뼈와 상처를 아물게 하는 대역과 겹친다는 점이다. 적은 힘으로 몸을 추스르는 우리만의 방식일지 모른다고 사람 연구자들도 본다. (아직 연구 중인 이야기다.)

    안 골골거려도 걱정 마라

    성격에 따라 소리를 잘 안 내는 녀석도 있다. 막내 레오는 어찌나 시끄러운지… 아무튼 골골송 유무보다, 평소와 달리 안 먹고 무기력하고 자꾸 숨는지를 봐라. 그게 더 중요하다.

    다음에 내가 무릎 위에서 그르렁대거든, 그냥 기분 좋은 게 아니라 네 곁이 제일 안전하다고 느낀다는 뜻으로 알아둬라.

    • 망구

    출처
    – International Cat Care (icatcare.org), “Why do cats purr?”
    – von Muggenthaler, E. (2001). The felid purr: A healing mechanism? Journal of the Acoustical Society of America.
    – Scientific American, “Why do cats purr?”